기업이나 금융분야 수사에서 내로라 하는 전문가를 자처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들이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된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의 금융지식과 영어 실력에 탄복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30일 브리핑에서 김씨를 조사한 검사들의 인물평을 살짝 언급했다. 우선 검사들은 김씨가 작성한 자문보고서와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이구동성으로 ‘잘 썼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해박한 금융지식을 깔고 있으면서도 내용을 쉽게 풀어 쓰는 데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는 것. 김씨가 평소 그룹 최고위층을 만나 사업 현안을 풀어갈 방안을 설명하고 흔쾌히 자문 용역을 따내곤 했다는 재계의 평가와 일치한다.
검사들은 조사 과정에서 김씨의 영어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스티븐 리(중수부 수사 대상인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가 그렇다면 모를까”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검사도 있었다고 한다. 채 기획관은 “김씨가 금융분야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최고의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어서 검사들이 더욱 놀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남 영광의 한 중학교를 전교 1등으로 졸업하고 1977년 경북 구미시에 있는 금오공고를 졸업한 사실이 확인될 뿐 이후의 학력이나 행적은 불투명하다. 한국외국어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고 돼 있으나 두 곳 모두 동창회 명부에 이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 기획관은 “김씨를 2시간 가량 만난 적이 있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저런 거물이 나를 왜 만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며 “시정(市井)의 저질 브로커와는 다른 것 같고 전문가로서 능력을 갖추고 실제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씨를 상대로 한 검찰의 ‘수 읽기’ 싸움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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