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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인도로 간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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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인도로 간 친구

입력
2006.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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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하나를 찾으려고 책상서랍을 뒤지다 보니 맨 밑바닥에 낯선 봉투가 있다. 두툼하다. 안에 사진이 꽉 차 있다. 인도 민속의상을 입고 춤추는 모습들이다. 이게 웬 걸까? 이물스러워하며 한 장 한 장 들쳐보다 “아!” 탄성을 질렀다. 인도로 유학 가 전통무용을 배웠다는 대학동창의 사진이다. “네가 만나기 더 쉬울 테니까 전해줘.” 벨기에에 사는 친구가 서울에 왔을 때 맡겼었다. 그가 인도까지 찾아가서 찍은 사진이었다.

벌써 15년도 더 전의 일인데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두어 차례 그 친구를 수소문했었는데 인도에서 돌아오지 않았었다. ‘숙’자로 끝나는 이름을 ‘지연’으로 바꿨다지.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할까? 계속 인도무용에 정진하고 있을까?

봄 학기가 시작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하늘이 흐리고 추웠다. 버스정류장에서 그 친구를 만났다. “창경원에 가지 않을래?”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리고 축축한 냄새가 나던 뱀사가 떠오른다. 뱀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어둠만 가득 들어차 있었다. 먼발치에서도 늘 추워보이던 친구였다. 사진 속에서는 행복한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웃고 있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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