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6시30분께 경기 광릉 국립수목원 산림동물원에 보호 중이던 백두산 호랑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호랑이는 압록(2002년생ㆍ사진)이라는 이름의 암컷으로 지난해 11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기증한 ‘귀빈’이었다.
동물원 관계자는 “29일 사육사가 출근해 보니 압록이 숨져 있었다”면서 “압록은 최근 식욕이 떨어지긴 했지만 전날까지도 특이한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았으며 외상도 없어 사인을 추정할 수 없다”고 30일 밝혔다. 동물원은 부검을 위해 압록을 서울대 수의대에 보냈다.
압록은 중국이 2번째로 보내온 백두산 호랑이다. 처음 보낸 호랑이는 1994년 한중 국교수립을 기념해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백두(수컷)와 천지(암컷)로 이들은 2세를 갖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胡 주석이 추가로 압록과 두만(수컷)을 기증했고, 동물원은 이들의 2세 생산을 돕기 위해 일반공개도 5월로 미루며 극진히 돌봐왔다.
동물원은 압록이 2004년 새끼 3마리를 낳은 경험이 있어서 올 봄에는 2세를 가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쇠고기 닭고기 비타민제 등을 먹이고 사육사를 제외한 직원들의 동물원 출입도 철저히 통제하며 특별대접했다.
동물원 관계자는 “먼저 들여온 호랑이 한 쌍은 나이가 들어 2세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이번에 압록이 죽어 당분간 백두산 호랑이 2세 육성사업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넓은 사육장에서 자라던 압록이 비좁은 동물원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설투자는 외면한 채 백두산 호랑이의 복원에 나선다는 것은 욕심”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곳 동물원에서는 1997년 10월 한중 임업기술협력사업 일환으로 기증 받은 백두산 반달가슴곰 한쌍 중 암컷이 1년 뒤 심장판막병으로 돌연사하기도 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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