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개봉했던 스릴러 ‘파이어 월’을 보며 수 차례 가슴을 졸였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 전개도, 관객을 화들짝 놀라게 하는 범인의 치밀하고도 악랄한 행동 때문도 아니었다.
주름이 얼굴을 깊게 파고든 해리슨 포드(그의 나이는 올해 64세다)가 위험천만의 액션을 펼치다 ‘욱’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뒷목을 잡으며 쓰러지는 것 아닌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촬영 중에 불상사가 일어났다면 영화를 볼 수도 없었겠지만, 포드의 나이를 잊은 열연은 감동보다는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그런 포드가 1989년 3편을 끝으로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였던 ‘인디애나 존스’ 차기작에 출연한다. 제작자 조지 루카스를 만족시키는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아 크랭크인이 마냥 미뤄지고 있지만 포드의 액션 연기를 전제로 한 프로덕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포드만 노익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환갑을 맞은 실베스터 스탤론은 ‘람보4’와 ‘록키6’의 출연을 준비하고 있다.
92년 전 세계 남성 관객들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은 14년 만에 속편을 선보인다. 48세의 나이가 무색한 젊음을 뽐내고 있는 그녀지만 뇌쇄적인 매력을 객석에 전염시키기에는 너무 늦은 귀환이다.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으나 대부분의 스타들은 시간을 거스르고 싶어한다. 이들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일년에도 몇 번이고 몸에 칼을 댄다. 할리우드의 고전 ‘선셋 대로’의 여주인공 노마처럼 화려한 전성기 모습에 집착하고, 젊은 이미지를 발산하고 싶은 것은 스타의 숙명일지 모른다.
세월을 잊은 스타들의 분투는 눈물겨우나 나이 들어감을 받아들이고, 나이에 걸맞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노장들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왕년의 액션 스타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를 하거나, 잭 니콜슨이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등에서 세월의 무게가 듬뿍 실린 황혼의 사랑을 선사할 때 관객들은 조용한 환호를 보낸다.
포드와 스탤론과 스톤, 여전히 나이에 비해 ‘젊은 그들’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속편 속 ‘오빠’와 ‘언니’의 어색한 모습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자연스레 몸을 맡기는 스타의 완숙미를 더 보고 싶어한다.
라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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