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어린아이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어린아이들을 귀찮고 성가신 존재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생명을 잉태하여 출산하는 경험을 하면서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생명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생각이 확연히 바뀌었다.
임신과 출산을 통하여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신비하고 귀중한 것인가를 직접 체험한 때문이었다. 아울러 세상에 존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어머니에게는 자신의 목숨보다도 더 소중하고 애틋한 존재임을 가슴 절절히 느낀 때문이었다.
●브뤼셀 北인권대회 南-南대립
얼마 전 한 탈북자로부터 북한에서 식량난으로 먹을 양식이 떨어지면 가족 구성원 중 누가 제일 먼저 굶어 죽는지 아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답은 어머니였다. 이유는 당국에서 주는 배급이 줄거나 아예 끊어져 버리면 어머니는 허기진 자식들을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고 자신은 거의 굶기 때문에 가장 먼저 쓰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에 자식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허기진 배를 움켜쥔 채 굶주림 속에서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하고 자식보다 앞서 죽어갔을 북녘 땅 어머니들의 모습이 그려져 핑 도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어머니들에게 공산주의나 자본주의 또는 주체사상이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지난 3월 22일 유럽연합(EU)의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3차 북한인권 국제대회가 열렸다. 벨기에,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의 인권단체와 함께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하는 탈북자를 포함한 한국대표단도 대회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북한인권 국제대회에 반대하는 한국의 시위대가 대회 기간 중 브뤼셀에서 함께 활동함으로서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과 더불어 북한인권을 둘러싼 한국인들의 대립된 의견 차이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북한인권과 관련하여 국내에서 첨예하게 의견이 분열된 이면에는 각 진영의 정치적 이념 및 북한 김정일 정권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우파로 불리는 이념적 성향의 보수세력은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김정일 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해서라도 북한의 인권 상황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좌파로 분류되는 진보세력은 북한인권 문제의 국제적 이슈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북한은 특수한 상황에 있는 만큼 인권 문제를 거론하여 북한을 자극하거나 남북관계를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가진 의견이므로 팽팽하게 맞설 수밖에 없다. 그러니 국내에서는 물론이요 외국에서도 첨예한 의견 대립의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인권’은 정치적 이념이나 체제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갖는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고유한 권리’이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보호할 권리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그래서 타인의 생명을 해한 경우에도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죄를 묻지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인권은 특정 이념이나 체제를 초월한 보편적 개념으로 인정받고 있다. 북한인권 역시 이러한 기준에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북한의 굶주림 이념떠나 접근을
1995년 이후 북한에서는 굶주림으로 300만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여자와 노약자들이었다. 더욱이 굶주림에 못 이겨 북한을 탈출한 30만명에 이르는 탈북동포들이 중국과 동남아 등지를 떠돌고 있다. 이는 어떠한 정치적 이념이나 체제의 특수성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비극적 상황이다.
좌우의 이념이나 정책적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굶주린 자식들을 남겨둔 채 한 많은 가슴을 안고 세상을 떠났을 북녘 땅 그 어머니들의 마음으로 이 문제를 풀 수는 없는 것일까?
서경교ㆍ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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