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는 직무와 얽힌 업자와 골프나 도박을 해선 안 된다는 윤리지침을 내놓았던 국가청렴위원회가 청와대가 눈을 부라리자 단번에 뒤로 물러섰다. 우리는 애초 이 위원회가 제 값을 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처음으로 그럴 듯한 윤리지침을 내놓은 것을 애써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며칠 못 가 하찮은 세간의 불평과 어줍지 않은 권력의 논리에 납작 엎드리는 것을 보면서 이런 어용 조직은 청산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위선적 권력의 장식에 불과함을 스스로 입증한 마당에 국민의 돈을 쓰는 것은 여느 공직 부패보다 훨씬 더 부도덕한 일이다.
부패방지위원회로 출발한 청렴위원회가 국민의 관심을 끈 것은 검찰이 가진 공직부패 수사기능을 따로 떼어내 맡기자는 권력의 주장에 힘입었다. 막연한 주장이지만 과거 기득권과 유착한 검찰을 불신하는 권력과 시민사회단체는 부방위 산하에 부패수사처를 설치하는 것을 공직부패 청산의 지름길인 양 부각시켰다. 우리가 이를 공허하게 여긴 것은 무엇보다 정치사회적 권력 다툼으로 본 때문이다.
그 논란이 시든 것은 순리가 지배한 결과다. 그러나 이와 함께 잊혀진 청렴위원회가 직무관련자와의 골프 금지를 권고한 것은 분명 획기적이다. 이해찬 전총리 골프 파문이 계기지만 골프가 핵심은 아니다. 공직자는 정실과 특혜와 비리로 이어질 소지가 있는 접촉과 교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선진국의 공직윤리강령을 비로소 적용하려는 의지로 보고 싶었다.
언론부터 이를 흔한 골프 금지령으로 왜곡, 못마땅한 심사를 드러낸 것은 그러려니 여길 수 있다. 청와대가 공교롭게 불거진 비서관 골프 파문을 청렴위 지침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 조직과 기업 등의 불만을 의식한 대통령 정무특보와 민정수석이 뭐라고 한 마디하자 청렴위가 즉각 물러선 것은 권력과 하부조직이 공직부패 척결을 떠든 것이 한갓 공염불에 불과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모든 논란을 지켜보는 국민이 개탄하는 근본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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