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에서 아리엘 샤론 총리의 후계자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대행이 이끄는 카디마당이 의회 120석 가운데 28석을 차지하며 승리했다. 중도 정당 카디마당의 부상으로 건국 이래 58년 간 계속됐던 이스라엘 정계의 좌우 이념적 편향이 희석될 것이라는 점은 예견돼 왔다.
이번 총선은 이스라엘 안보를 더 이상 한쪽으로 편향된 이념에 기댈 수 없다는 여론을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기성 정치판에 일대 격변을 몰고 올 전망이다.
올메르트 총리대행은 총선 승리로 ‘대행’ 꼬리표를 떼내면서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의 부분 철수를 강행하고 영구 국경 획정한다는 자신의 ‘평화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올메르트의 구상은 67년 전쟁으로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고립 상태의 소규모 정착촌은 철수하는 대신 3대 전략 정착촌은 유지하며 이를 보호하는 분리장벽을 건설, 국경을 획정하는 것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이스라엘 국민이 팔레스타인과의 평화공존을 꿈꾸는 좌파적 이상과 피를 흘리더라도 대 이스라엘 건국을 꿈꾸는 우파적 이상의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적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강경 우파 벤야민 네탄야후 전 총리가 당수인 리쿠드당이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으로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대 선거처럼 제1당인 카디마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 연정 구성이 불가피해져 각 정당들의 합종연횡에 귀추가 주목된다. 1당인 카디마당을 포함, 모든 당이 고만고만한 의석수를 가진 군소정당으로 재편된 것도 이번 선거의 큰 특징이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카디마당이 이념적 성향을 따지기보다는 일방적인 팔레스타인 분할 정책에 동조하는 정당과의 연립 정부를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카디마당과 정착촌 철수를 지지하는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20석)이 차기 내각의 핵심을 차지하고 여기에 샤스, 토라유대주의당, 메레츠, 연금생활자당 등이 연정 구성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총선은 팔레스타인 분리정책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도 띤 만큼 팔레스타인 분할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이스라엘의 여론을 확인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운명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장악한 하마스의 태도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메르트의 일방적 영토획정안은 하마스가 아닌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주도권 싸움의 성격이 강한 만큼 하마스가 앞으로의 협상에서 대안 없는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마스 자치 내각은 28일 의회의 승인을 받고 30일 공식 출범한다.
이스마일 하니야 팔레스타인 총리 지명자는 “팔레스타인 주민과 정부는 올메르트의 일방적 국경 획정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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