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계속된 ‘1달러=8위안 이상’ 시대가 조만간 끝날 것 같다.
29일 중국 외환시장에서 1달러는 8.0250 위안에 거래되면서 마감됐다. 미 금리인상 탓에 전날 8.0212위안에 거래된 것 보다 위안화 가치는 조금 떨어졌지만 시장의 대세는 위안화 가치 상승쪽이다. 이로써 지난해 7월 2.1%가 절상된 위안화는 최근까지 1일 환율변동폭 내에서 조금씩 약진하면서 1%가 추가 절상된 셈이 됐다.
하지만 1%는 미국의 성에 차지않는다. 중국을 방문중인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미 상무장관은 29일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중국측의 태도는 양국 경제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의회는 28일 중국산 제품에 대해 27.5%의 환율보복 관세를 부과하도록 한 법안을 9월 말 이후로 연기했지만, 중국 정부의 소극적인 환율정책에 대해서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놓고 있다.
미측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JP모건 등 투자은행들은 이달 초 “위안화 가치는 올 연말까지 12% 이상 상승, 연내 달러 당 7위안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중국은 의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은 28일 “위안화 가치를 조정해도 중국의 무역흑자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미측을 반박했다. 절상조치를 해도 대미 무역 흑자폭이 줄지 않는 등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섣불리 동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베이징(北京)의 금융전문가들은 “중국은 주도성, 점진성, 통제가능성을 환율정책의 원칙으로 삼는데 현 시점의 위안화 절상은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특히 경제성장에 따른 도농간 지역간 격차를 치유하는데 역점을 두는 중국 정부에게 위안화 절상이 자칫 실업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매일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향후 위안화 평가 절상을 염두에 두고 충격을 미리 흡수해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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