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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깽'으로 다시 만난 양동근-박성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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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깽'으로 다시 만난 양동근-박성수 PD

입력
2006.03.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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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이나영 주연의 ‘네 멋대로 해라’(2002)는 밑바닥 청년의 치열한 삶과 사랑을 투박하지만 진솔하게 그려 마니아층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당시 박성수 PD는 주인공 고복수 역에 양동근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못생겨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에피소드 하나. 한류 붐을 타고 ‘네 멋’도 지난해 초 일본에 수출됐는데, 협상 초반에는 일본측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작품은 좋은데 남자주인공이 너무 못생겼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못생겼다는 말이 기분 좋을 리 없겠지만, 꽃미남 배우들이 차고 넘치는 요즘, 드물게 연기력 하나로 필모그래피를 착실히 쌓아온 양동근의 가치를 확인하게 하는 에피소드들이다.

양동근이 박성수 PD의 신작 MBC ‘Dr.깽’(4월5일 첫 방송)에서 조폭 출신 가짜 의사 강달고 역을 맡아 3년 6개월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다. ‘네 멋’ 콤비의 재결합 외에, ‘새색시’ 한가인이 바른 말을 참지 못해 번번이 사고를 치는 의사 유나 역으로 양동근과 호흡을 맞추고 ‘봄날’ ‘피아노’의 김규완 작가가 극본을 맡아 화려한 위용에 힘을 보탠다.

‘Dr.깽’은 검찰의 조폭 소탕에 협조했다가 도망자 신세가 된 강달고가 엉겁결에 의사 행세를 하면서 겪는 갈등과 사랑을 그린다. 가짜 의사 달고와 ‘폭탄공주’로 불리는 진짜 의사 유나, 야심에 불타는 검사 희정(이종혁)이 엮어가는 삼각 사랑이 축이지만, 검ㆍ경이나 의료계 실태에 대한 풍자를 코믹 터치로 담아내기도 한다. 날 것 그대로의 삶과 일상을 묵직하게 그린 박 PD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이자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양동근은 29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네 멋’이 남긴 여운 때문에 더는 드라마를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작품도 솔직히 자신이 없었지만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며 현장의 느낌을 갖고 새롭게 만들어보자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만의 매력이 뭐냐는 물음에 “일제와 6ㆍ25를 겪으며 한(恨) 같은 게 쌓인 국민들이 나를 보면 같이 고생한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색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독특한 자기 세계를 구축해온 박 PD와 양동근이 이번 작품을 통해 ‘네 멋’을 넘어서는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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