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개봉하는 안재모 윤은혜 주연의 ‘카리스마 탈출기’(감독 권남기)는 원래 지난해 11월 극장에 걸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배급사를 잡지 못해 해를 넘겼고, 그나마 윤은혜가 출연한 TV 드라마 ‘궁’의 인기를 등에 업고 뒤늦게 빛을 보게 됐다.
지난 연말 청춘 스타 송혜교의 첫 스크린 나들이로 화제를 모은 아이필름의 ‘파랑주의보’는 배급 싸움에 밀려 30만 관객 동원이라는 재앙 수준의 흥행 참패를 맛보았다.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블록버스터 ‘태풍’과 직배사 UIP의 ‘킹콩’이 각각 500개와 300개를 넘는 스크린을 차지한 상황에서 첫 배급에 나선 아이필름의 자회사 아이러브시네마가 ‘판로’를 확보하기란 힘이 부쳤기 때문이다.
충무로에서 배급의 힘이 스타 파워를 넘어설 기세다. ‘영화는 배급의 예술’이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영화 개봉 일정을 잡는 것은 영화사의 주요 마케팅 포인트다. 그러나 요즘 한국 영화계에서는 대형 투자배급사와 손잡고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흥행의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
현재 극장망을 갖춘 대형 투자배급사의 투자가 없는 작품이 극장을 잡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다. ‘카리스마 탈출기’의 한 관계자는 “대형 투자배급사의 투자가 안 들어온 것이 ‘지각 개봉’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막강한 스타파워를 자랑하는 영화도 배우의 이름값만으로 배급망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전지현 정우성이 주연하고 1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데이지’는 아이러브시네마가 배급하려 했지만, 제작사 아이필름은 대형 배급사 쇼박스에 대행을 맡겼다. 김성애 아이필름 팀장은 “스타 캐스팅은 투자에 있어 큰 몫을 하지만, 영화 흥행을 위해서는 배급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대형 투자배급사의 입김이 세지면서 저예산 영화나 예술영화의 일반극장 진입 장벽도 높아만 가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장길수 감독의 저예산 영화 ‘초승달과 밤배’는 2003년 완성 되었지만 관객과 만나기 위해 2년을 기다려야 했다.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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