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검찰에 전격 소환돼 조사를 받은 현대차그룹 채양기 기획총괄본부장(사장)은 현대ㆍ기아차그룹의 안방살림을 도맡아 처리하며 정몽구 회장의 오른팔로 통하는 핵심 인사다.
특히 그룹의 계열사 간 업무 조정과 대외업무, 투자업무 등을 처리하면서 계열사의 자금흐름을 꿰뚫고 있어 그룹의 대표적 재무통으로 통한다. 삼성 이학수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 업무 전반을 관장한다면 현대차에서는 채양기 사장이 그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채 본부장이 소환 조사를 받았다는 것은 결국 검찰이 현대차 그룹 전반의 돈 문제를 살펴보려는 의도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1953년생인 채 본부장은 광주 조대부고와 조선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78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외자부 및 할부 관리 업무 등을 담당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9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에는 통일국민당 법률지원단장을 맡기도 했다. 대선 이후 현대차의 미국 현지 할부금융회사 부사장, 재무관리실장 등을 거쳐 2003년 현대카드 부사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현대차 기획총괄본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1998년 이사대우로 승진한 지 7년여만에 사장까지 오른 고속 승진이다.
기획총괄본부는 M&A 전략을 세우고 계열사간 중복 투자를 점검하는 등 그룹이 힘을 쏟고 있는 자동차산업 수직계열화를 총괄하는 곳. 채 본부장이 기획총괄본부장을 맡으면서 현대오토넷과 자동차 전장품 업체인 만도를 인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가 하면, 글로비스 상장도 주도 면밀하게 처리해 총수 일가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기획총괄본부는 또 계열사의 전반적 재무상황을 관리할 뿐 아니라 대정부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채 본부장의 이 같은 위상과 역할 때문에 검찰이 채 본부장을 현대차 로비 자금의 사용처를 캘 수 있는 핵심 인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은밀한 사업과 각종 기밀 서류 등 검찰이 필요한 자료를 찾아내는 데 채 사장만큼 정확히 많은 내용을 알 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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