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가 이미 확인된 비자금 외에 추가로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가 드러나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현대ㆍ기아차 그룹의 전체 비자금 액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계열사인 글로비스 이주은 사장의 구속영장에 기재된 이 회사의 확인된 비자금 규모는 69억8,000만원이다. 글로비스가 4년 동안 국내ㆍ외 하청업체 2곳과 유령 거래를 통해 조성한 금액이다. 검찰은 26일 글로비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현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형태로 은닉된 수십억 원의 비자금을 확보했다. 아직까지 이 돈이 69억8,000만원의 일부인지, 별도의 자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검찰은 다른 돈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드러난 비자금만 1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검찰이 추가로 비자금 단서를 확보함으로써 수사 결과에 따라 비자금 규모가 수백억 원대로 늘어날 수 있다.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에서 검찰은 두산산업개발(옛 두산건설)이 하도급 업체에 공사비를 부풀려 지급한 뒤 돌려 받는 방식으로 25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밝혀냈다. 위장 계열사를 통해서도 107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현대ㆍ기아차가 두산보다 규모가 훨씬 큰 기업임을 감안하면 비자금 규모도 이에 못지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비자금 조성 혐의로 압수수색을 한 현대오토넷에 대해서는 수사인력 부족으로 아직 본격 수사가 시작되지도 않았다. 다만 검찰이 현대ㆍ기아차 계열사 중에서 글로비스와 오토넷에 한정해 수사한다고 밝힌 만큼 드러나는 비자금 규모는 실제의 일부에 그칠 수도 있다.
비자금의 사용처도 현재는 김재록씨를 통한 로비에 사용된 부분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재벌 기업들의 비자금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사용처 또한 다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정치자금이나 그룹 오너 일가의 ‘쌈짓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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