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김재록과 관련된 사건이 뉴스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사건의 내용은 의외로 단순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누군가 돈을 불법적으로 조성해서 누군가에게 주었고 또 누군가는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시대의 경제실세들이 거명되더니 곧 이어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경제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현대자동차가 등장한다. 이쯤 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스타급 주인공을 캐스팅한 꼴이다.
●김재록사건에 등장하는 스타들
이 사건의 테마는 누구나 공감하듯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권력 핵심부와 국내 재벌기업의 유착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비록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검찰은 현대자동차의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글로비스가 비자금을 조성한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글로비스는 설립 때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출발한 회사이다. 현대자동차가 응당 영위해야 할 사업기회를 지배주주 일가의 사적인 이해에 따라 정 회장 부자가 100% 지분을 출자한 후 그 사업의 기회를 인위적으로 넘긴 것이다. 다시 말해, 현대자동차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회사의 이익분을 지배주주 일가가 편취해간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글로비스의 상장을 통해 정의선 사장의 경우 약 5,000억원에 가까운 시세평가차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재산과 경영권을 이어받을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 것이다. 이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다. 삼성 이재용 상무에 이은 신종 수법이다.
그러나 스타급 인물의 캐스팅이 대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스토리가 뻔하면 끝이다. 재계는 벌써부터 식상한 콘티를 들고 나왔다. 경제가 안팎으로 얼마나 어려운데 이 마당에 이런 수사를 하느냐는 것이다. 거기다 자기들 기업에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한다는 소식도 전해 온다. 정치권 역시 앵무새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관객인 국민들은 이러한 구태의연한 테마에 이제는 더 이상 흥분도 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계속될 것인가? 재벌은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 편법적으로 기업을 설립 운영하고, 서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세금이 탈루되고, 비자금이 조성되고, 그렇게 조성된 자금이 권력의 핵심부에 전달되고, 검찰은 대강 수사하고, 사법부는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이 악순환의 고리들.
● 이고리를 끊는 사람이 참된 주인공
기업들을 위해서건 국민경제를 위해서건 이제 누군가 대박을 터뜨리기 위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좋은 재료들이 마련되어 있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된다.
이 사건이 대박이 될 것인지 아닌지는 사정당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용두사미식 수사가 된다면 경제실세와 현대자동차라는 스타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대박을 피하는 꼴이 될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들을 끊을 수 있는 이 사건의 참된 주인공을 기다려 본다.
이지수 변호사ㆍ좋은기업지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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