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와 민간아파트 건설업체 간 판교신도시 분양가 줄다리기가 10여일 협상 끝에 29일 타결됐다.
공고시한을 3시간여 남겨놓고 이뤄진 합의라 더욱 극적이었다. 이번 분양 드라마에서 최고의 스타는 누가 뭐래도 이대엽 성남시장이다. 이날 결정된 분양가를 '이대엽 분양가'라고 부르는 것도 그럴 만하다.
성남시와 업체 실무자들이 합의했던 분양가를 이 시장이 퇴짜 놓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고마움을 넘어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분양가 승인보류는 시민의 권익을 대변한 정당한 권리행사였다"며 "분양가격의 거품을 제거하는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박수가 나왔을 법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제작된 무대 뒤를 들여다보면 뭔가 개운치 않다. 우선 이 시장이 우겨서 합의된 분양가는 평당 1,176만2,000원이다. 28일 실무자들이 합의한 1,179만9,000원에 비하면 3만7,000원이 내려간 가격이다.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업체와 벼랑 끝 협상을 벌이며 청약파행사태로 인한 분양 대혼란의 위험까지 감수하기에는 지나친 모험이 아니었나 싶다.
이 시장은 건축비 등을 정밀 분석해 업체에게 분양가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 미리 각본을 짜 놓고 이에 맞추라고 강요한 인상이 짙다. 설혹 협상이 깨지더라도 판교 청약을 기다리는 수백만명의 시민들이 대부분 이 시장의 명분에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기에 그로서는 잃을 게 없는 게임이었다.
협상의 고비 때마다 언론을 통해 자신의 강경한 입장을 밝히거나 1,000원 단위까지도 깎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공개한 것도 석연치 않다.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시장은 "선거와 상관없다.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범구 사회부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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