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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가 바라본 고이즈미의 개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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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가 바라본 고이즈미의 개혁은…

입력
2006.03.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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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총선에서 표를 의식한 지역구 예산배려(Pork barreling) 없이 승리했다. 이는 일본의 경제성장 속도를 늦추는 장애물이 사라졌다는 뜻이며 우정개혁을 비롯해 그가 추진하는 개혁은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됐다.”

미국의 대표적 일본 연구자인 T.J. 펨펠(63)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은 28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청으로 이뤄진‘고이즈미의 충격-일본은 새로운 정치로 움직이다’는 강연에서 지난해 9ㆍ11 일본 총선은 “현대 일본 역사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펨펠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정책 결정은 특정 이해단체나 지역의 이익을 위해 앞장섰던 자민당 족(族)의원과 관료 집단이 주도했다”며 “전통적으로 도시보다 지방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자민당 의원들이 지역구 민심을 얻기 위해 재정 지출이 헤퍼지면서 일본 경제를 침체기로 몰아넣었다”고 진단했다.

1990년대 이후 경기침체기에도 자민당은 연구ㆍ개발(R&D) 투자 등을 통한 체질개선보다는 케인즈식 경기부양책을 내놓기에 바빴다고 비판했다. 이런 것들이 결국 2002년 누적 적자 재정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80%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재정위기를 부르는 원인이었다는 지적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집권 이후 자민당과 관료사회에 만연했던 비효율성을 깨는 것을 개혁의 시발점으로 삼았다. 특히 ‘제2의 정부’라 불리며 법률 제정 과정을 쥐락펴락했던 자민당 정무조사회와 예산편성 작업을 주도했던 재무성의 권한축소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게 펨펠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는 정책과 예산결정 주도권을 총리관저로 옮기는데 힘썼다”며 “이를 위해 총리관저 직원을 582명에서 2,200여명으로 대폭 늘리고 관련 법률과 규정을 고쳤다”고 설명했다. 총리 직속 경제재정자문회의를 중앙ㆍ지방 정부의 재정 삭감, 공무원 인원 감축 등 개혁의 지휘부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펨펠 교수는 “지난해 총선은 고이즈미 개인의 승리나 다름 없다”며 그의 선거전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개혁을 쟁점으로 만들어 개혁 대 반 개혁 구도를 끌어내면서 자민당 내 반대파를 공천하지 않고 이들과 맞설 젊고 유능한 신인들을 대거 발탁해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이다. 결국 반대파 35명 중 15명 만이 선거에서 살아 남았다.

“고이즈미는 자민당 내부를 뒤흔들어 선거 승리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공화당 밖의 변화를 통해 집권한 도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보다 민주당 내부의 변화를 발판 삼아 집권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펨펠 교수는 비교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총선에서 제1야당 민주당과 자민당 내 반대파라는 2개의 야당을 물리쳤기 때문에 대통령에 버금가는 힘을 갖는 총리라는 그의 꿈도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고이즈미 개혁이 착실한 구조개편 보다는 고이즈미 개인 이미지에 좌우되는 ‘반짝 개혁’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펨펠 교수는 “고이즈미 개혁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어떤 후계자도 개혁의 큰 물길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일본은 큰 틀의 변형을 가져오는 신자유주의식 변화보다는 차근차근 바꿔나가는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펨펠 교수는 30년 넘게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정세를 연구하며 코넬대, 워싱턴대 교수를 역임하고 2001년부터 버클리대 동아시아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2002년 유한양행이 후원하는 버클리대‘일한 석좌교수’가 됐다. ‘현대 일본의 체제 이행’이 2001년 을유문화사에서 번역 출간됐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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