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신’ 관리해 드립니다.”
병사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가 애인 문제. ‘곰신’(고무신의 줄임말로 군대 간 장병들의 애인을 말함) 때문에 종종 탈영사건이 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군 20사단 예하 백마부대가 곰신관리병제도를 도입했다.
중대별로 1명씩 배치된 곰신관리병(애인상담병)은 애인관계에 문제가 발생한 병사를 상대로 언제든 상담을 해준다. 상담병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갈등 사례에 대해서는 대대 상담병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부대원들은 정기적으로 곰신의 변동여부를 상담병에게 보고해야 한다. 상담병으로 선발되면 여단 군종장교로부터 상담실무 교육을 받아야만 일선에 투입될 수 있다.
이 부대는 또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애인이 부대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불침번 근무지에 ‘사랑의 전화’라는 수신전용 공중전화를 설치해 심야에 벨소리가 울리면 근무자가 해당 병사에게 알려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곰신을 거꾸로 신을 수도 있는 위기상황을 최소화하자는 의도에서 만든 시스템이다.
이외에 애인 생일에 외박을 허용하는 등 이 부대는 곰신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애인들까지 불러 ‘애인관리기법 향상 세미나’까지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서로를 잊지 않겠다는 ‘군화서약서’와 ‘곰신서약서’도 작성했다.
대대장 김성근(육사44기) 중령은 “장병들을 상담해보니 10명 중 7명이 군에 와서 애인과 헤어졌다고 해 안타까움이 컸다”며 “병사들은 국가의 부름에 따라 병역의무를 다하는 만큼 병사들의 소중한 사랑을 지키는 데 국가와 군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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