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각한 부품 계열사 위아(옛 기아중공업)와 본텍(옛 기아전자), 카스코(옛 기아정기) 등의 회사채를 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통해 한국자산공사(캠코)로부터 반값에 사 들인 뒤 다시 인수ㆍ합병(M&A)하는 방법으로 500억원 이상의 채무를 털어낸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캠코는 매각 업무 전 과정을 김재록(46ㆍ전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씨가 한국지사장을 맡고 있던 컨설팅회사 아더앤더슨에 일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999년 기아차 인수와 함께 계열사가 된 위아, 본텍, 카스코를 매각했고 이들 3개 회사의 기업채권을 갖고 있던 캠코는 2001년초 이를 한 CRC회사에 매각했다.
캠코 채권을 인수한 이 CRC 회사에 현대차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대차는 이후 CRC회사를 통해 3개 회사의 채권을 다시 싸게 매입, 편법 재인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총 채권액(원금)은 위아 740억원, 본텍 146억원, 카스코 16억원 등 모두 902억원에 달했지만 낙찰대금은 400억원대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겉으로는 CRC 회사가 이들 3개 회사의 채권을 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대차 자금이 투입됐고 이를 캠코도 알고 있었다”며 “이후 현대차가 세 회사를 모두 다시 M&A 했다는 점에서 결국 공적자금으로 500억원을 탕감받은 셈”이라고 밝혔다.
부실계열사를 판 회사는 캠코가 매각하는 채권 입찰에 참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다시 인수하는 데는 김씨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공개 입찰이라는 형식을 거치긴 했지만 당시 매각을 주간한 아더앤더슨은 현대차와 유착 관계였고, 문제점을 알고 있던 캠코도 부실 채권 매각률을 높이기 위해서 묵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후 위아와 본텍을 2002년4월 계열사로 재편입했고, 지난해엔 그룹 주력사인 현대모비스가 카스코를 M&A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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