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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딕 앤 제인 '뻔뻔하지 않았던 소시민 화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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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딕 앤 제인 '뻔뻔하지 않았던 소시민 화나다'

입력
2006.03.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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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바란 것도 아니다. 은행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정도의 급여와 전기와 전화가 들어오는 집 한 채, 자동차 한 대와 가족과 보내는 여름휴가 정도면 충분했다. 그것마저 빼앗겼을 때, 아무리 소심한 소시민이라도 슬픔과 분노에 휩싸여 강도로 돌변할 수 있다.

짐 캐리와 테아 레오니가 부부로 출연해 뻔뻔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강도 행각을 벌이는 ‘뻔뻔한 딕 앤 제인’은 아주 고급스런 풍자 코미디다. 엎어지고 넘어지는 짐 캐리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여전하지만 신랄한 풍자와 촌철살인이 곳곳에서 웃음보를 건드린다. 슬픔과 요절복통 사이를 종횡무진하는 짐 캐리와 짐 캐리도 웃겼다는 테아 레오니의 심드렁한 연기는 시종 산뜻하고 청량한 웃음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보답한다.

회사가 주가조작으로 망하면서 부사장 승진 하루 만에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딕 부부는 수도가 끊겨 옆집 스프링쿨러에서 샤워를 하고, 가재도구를 내다 팔아 끼니거리를 사야 할 처지.

하지만 회장은 회사가 망했어도 은닉재산으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처절한 일상을 견디다 못해 회장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나선 딕과 제인의 강도행각이 다소 황당하게 전개되지만, 이들 부부의 ‘정당방위’는 유머 속에 담긴 깊은 페이소스 덕에 적잖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사회를 뒤집어놓은 에너지기업 엔론의 주가조작 사건을 풍자한 이 영화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웃음은 ‘특별감사’(Special Thanks To) 자막에서 나온다. 영화가 끝났다고 불도 켜지기 전에 자리를 뜨면 후회막급. 원제 ‘Fun with Dick and Jane’. 30일 개봉. 12세.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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