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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살아나는 줄 알았는데…

입력
2006.03.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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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이 한계점에 도달한 것일까. 아니면 일시적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일까.

경상수지가 6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서고, 생산과 소비가 일제히 마이너스(전월대비)를 기록함에 따라 경기흐름이 또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29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경상수지는 7억6,000만 달러의 적자를 내, 6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경상수지 적자반전은 환율하락 영향으로 상품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데 이어, 해외여행 유학연수 로열티지급 등 서비스수지 적자가 더욱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상품수지는 3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규모(8억6,000만달러)가 한자리수로 줄었다. 서비스 수지적자는 18억 달러에 달했다.

산업생산과 소비도 하락조짐을 보였다.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4.4% 감소했고, 소비재판매액도 0.2% 줄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업종의 생산이 모두 부진했고, 소비쪽에선 재래시장 일반상가 지하상가 등의 업황이 나빴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3%로 전달(0.1%)보다 소폭 확대됐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나 다름없다.

특히 현재의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나, 미래의 경기흐름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모두 0.3%포인트씩 하락해 경기궤도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2월 지표의 부진에도 불구, 경기상승 흐름엔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김광섭 산업동향과장은 “설 연휴의 영향으로 2월 지수가 전월과 비교해서 다소 혼란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 상승추세는 지속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생산과 소비지표가 전월대비 마이너스로 나왔지만, 설 요인 등을 감안해 1~2월 평균치로 보면 ▦산업생산 증가율 12.6% ▦소비재판매액 증가율 5.1% ▦수출증가율 9.9% 등의 지표는 전혀 나쁠 것이 없다는 것.

공장가동률도 80%대를 유지하고 있고, 재고보다 출하가 더 빨리 늘어나는(재고순환증가) 경기상승기적 징후들도 그대로 나타난다. 재경부 당국자는 “동행지수나 선행지수의 하락도 일시적 요인으로 보여진다”면서 “추가적인 유가상승 및 환율하락, 소비심리 악화 등의 변수가 남아 있지만 그래도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 투자 등 내수회복 속도가 여전히 더딘 가운데, 수출증가마저 둔화하고 있는 점은 경기회복의 탄력저하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특히 1~2월 평균 수출증가율(9.9%)은 수입증가율(22.1%)에 크게 못 미치는데, 수입증가 자체를 경기회복 신호로 볼 수도 있지만 실상은 원자재(30.7%)쪽에 몰려있을 뿐 정작 국내설비투자와 직결된 자본재수입은 11%에 머물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원화 강세 유가상승 주가하락 등으로 경기가 조정을 받는 모습”이라며 “좀처럼 방향을 바꾸지 않는 선행지표가 하락세로 돌아선 점에 유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역시 외국인 배당송금이 집중될 3~4월엔 적자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어, 연간 국제수지 전망치마저 하향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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