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금 판교 개발을 통한 사회실험을 하고 있다. 판교 개발의 목적은 양호한 주거지에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분양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볼 때 판교신도시는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하고 서민의 내집 마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주택가격 불안은 판교에 대한 해법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원칙없는 정책 변화는 부동산시장을 불안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아파트값을 폭등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주변 아파트 가격이 평당 2,000만원 수준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이 예상되자 200여만명의 청약자가 몰리고, 민영아파트 경쟁률은 최대 3,000대 1까지로 치솟아 '아파트 로또 쇼'가 펼쳐지게 될 것 같다.
여기에는 주변 아파트 가격의 폭등과 분양가의 점진적인 상향 조정에 원인이 있다. 판교신도시 계획 발표 당시 정부는 분양가를 860만원대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분양원가 공개 논란으로 촉발된 원가연동제, 25.7평 이상 중대형 평형에 대한 채권입찰제 적용,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건설공사비 상승 등은 주택공사의 중소형 분양ㆍ임대 아파트 분양가를 평균 1,099만원 수준에서 결정되도록 만들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영아파트의 분양가와 공기업인 주택공사의 분양가를 비교할 때 주택공사의 분양가에 이론의 여지가 있다. 민영아파트 분양가와 약 6~7% 정도의 차이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간건설업체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아파트 공급을 하고 있거나, 주택공사가 폭리를 취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택지개발 주체인 주택공사는 택지의 매입비가 덜 들고 취득ㆍ등록세도 없다. 반대로 민간건설업체는 택지 취득에 따른 세금은 물론, 수수료와 감리비 등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주택공사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급할 수가 없다.
민영아파트의 분양가보다 주택공사의 분양가는 10% 내외 저렴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따라서 민간건설업체들이 주택공사 분양가를 근거로 분양가를 높게 요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러한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주택공사를 포함해서 민간건설업체에서 요구하는 분양가를 지자체가 승인하기 전에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구를 통해 분양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재임 초기에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집값 상승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하였지만, 강남구 아파트의 가격수준은 올해 들어 7.77% 상승했다. 판도신도시 인접지역인 분당, 용인도 비슷하다.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8ㆍ31대책을 중심으로 거래 규제와 세금 중과, 송파신도시 등 공급확대 정책을 펴고 있으며, 판교와 관련해서는 분양권 불법전매와 당첨자 전 세대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 투기조장 중개업소 단속 강화 등의 강압적인 정책을 펴고 있지만 한계에 이른 것 같다.
문제가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장의 순환구조를 통해서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값이 불안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판교와 같이 입지여건이 뛰어난 택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수요자에게 있어서 수요에 맞는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시장의 확신이 없을 때 생기는 가격상승 기대 심리를 세제만으로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택에 대한 구매력이 높아진 수요층과 상향된 주거수준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보다 장기적인 대책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유선종ㆍ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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