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46ㆍ구속)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가 주요 대기업의 경영 관련 컨설팅을 하면서 관계 당국을 상대로 로비까지 펼친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거액의 컨설팅비가 합법을 가장한 일종의 로비 대가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산하기관 보유 부실자산 관리를 집중적으로 수주했던 김씨는 이후 대기업의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 주요 채권은행의 부실기업 매각 등에 대한 컨설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본보가 확보한 인베스투스글로벌의 ‘용역 보고서 리스트’에 따르면 김씨는 현대차 뿐 아니라 E은행의 S은행 인수, H석유화학의 매각, D제강의 B사 인수, S건설의 ㈜S 인수, D수산의 경영권 방어, S사의 S사 인수 등을 자문했고, L카드의 발전 전략, D판매의 전략적 제휴 등에 대해 경영 컨설팅을 했다. 인베스투스글로벌은 김씨가 아더앤더슨을 나온 뒤 2002년 설립한 회사다.
이중 인베스투스가 첫 자문을 맡았던 곳은 2002년 당시 파산위기를 겪고 있던 H사. 인베스투스는 H사에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이란 보고서를 제출했고, H사는 이후 채권은행들이 출자 전환 및 원금상환 유예 등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회생했다.
당시 H사의 주채권은행인 L은행장 역시 김씨와 친분이 있는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된 인물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H사가 첫 프로젝트였던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며 “H사가 나중에 인베스투스쪽에 거액의 자문료를 줘 상당히 놀라웠다”고 말했다.
김씨측은 또 2002년 S은행에 모 그룹 계열 증권사 매각 건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 것 외에도 S은행이 채권은행으로 있던 이 그룹의 다른 계열사 구조조정안을 컨설팅하는 등 이 그룹의 자문을 전담하다시피 했다. 당시 S은행 총재의 아들은 아더앤더슨에 근무했다.
김씨측이 S그룹에 두 번의 컨설팅을 해준 점도 눈에 띤다. S그룹 계열사가 1999년과 2003년 두 번에 걸쳐 외국계 펀드의 경영권 공세에 시달릴 때 경영권 방어 전략 및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김씨가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상당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관계된 인사들이 대기업의 영입 대상이 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L그룹의 계열사는 2004년 인베스투스의 O고문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D판매 역시 2003년 인베스투스의 H상무를 임원급 인사로 영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씨가 받은 컨설팅비 자체가 엄청나 검은 돈을 따로 받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김씨가 검찰에서도 합법적 컨설팅비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정황 때문이지만, 실은 로비성 대가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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