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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록씨, 정·관계 로비 제안 정황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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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록씨, 정·관계 로비 제안 정황 확인

입력
2006.03.2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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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록(46ㆍ구속)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전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가 현대ㆍ기아차 외에도 많은 주요 기업들의 컨설팅을 하면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등 정책 당국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확인됐다.

28일 본지가 입수한 아더앤더슨 한국지사가 2001년 작성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 검토’ 보고서에서 김씨는 국민의 정부 재벌개혁 5대 원칙 및 추가 3원칙을 들어 현대차그룹을 지주회사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 뒤 ‘금융감독원 등 사전 접촉’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분할계획서(안)을 통한 금감원 사전 접촉’과 ‘문제화될 부분의 사전 상담 및 조정, 분할일정 및 절차에 대한 확인을 선행함’ 등의 구체적인 사안까지 명시했다.

김씨는 또 S은행이 2002년 의뢰한 ‘합병을 통한 증권사 시너지 극대화 방안’ 보고서에서 ‘합병 당사자간 주요 협의사항’으로 ‘금감원 및 재경부의 협조’를 꼽았다.

보고서는 특히 ‘대 정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아더앤더슨 한국지사가 합병 증권사 전략 뿐 아니라 ‘정부 및 감독기관 관련 자문’ 등을 맡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김씨가 단순한 인수ㆍ합병(M&A) 컨설팅 업무에 그치지 않고 정ㆍ관계 로비를 제안하고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김씨가 2001년 전후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M&A 및 전략 컨설팅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점을 감안하면 김씨 로비가 정ㆍ관ㆍ금융계 전방위로 펼쳐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본지가 확보한 인베스투스글로벌의 ‘용역 보고서 리스트’에 따르면 김씨는 S그룹 계열사의 경영권 방어 등 주요 기업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문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외국 회사들에 비해 공신력이 취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베스투스글로벌이 대기업의 경영 컨설팅을 도맡을 수 있었던 것은 김씨와 정ㆍ관계 인사들과의 끈끈한 인맥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용역 수주를 곧바로 대가성 로비로 볼 순 없겠지만 용역료가 통상 수십억원에서 많을 경우 100억원이 넘었다는 점에서 로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동 63빌딩 인베스투스글로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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