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장악한 뒤 처음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은 중도와 보수가 확연히 구별됐던 역대 선거와는 판이했다.
아리엘 샤론 총리의 정치적 유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집권 등 달라진 정세 때문에 각 정당은 안보 문제에서 큰 쟁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은 이번 총선을 이념이 실종된 선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정당은 31개에 달했으나 ‘지루하다’는 평이 나올 만큼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이런 맥락이다. 투표율은 역대 선거 평균인 80%를 한참 밑돌 전망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예루살렘 등에 2만 여 경찰 병력을 배치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스라엘 통행을 금지하는 등 팔레스타인측 투표 방해 공격에 대비했다. 이날 오전 가자지구 인근 나할 오즈에서 팔레스타인의 로켓 공격 또는 오발로 여겨지는 폭발로 2명이 사망했다.
일단 샤론 총리가 지난해 11월 창당한 중도성향 카디마당의 우세가 확실시된다.
투표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샤론 총리의 후계자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대행이 이끄는 카디마당은 선두를 지키며 크네세트(의회) 전체 120석 중 33~34석을, 진보성향의 노동당은 20~21석, 강경보수 리쿠드당은 13~15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카디마당이 승리할 경우 리쿠드당과 노동당이 양분해온 정계 구도가 무너지는 한편 이스라엘 58년 역사상 처음으로 중도정당이 승리하게 된다.
미 주간지 ‘뉴 리퍼블릭’은 중도정당이 부상한데 대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테러에 질린 이스라엘 유권자들이 중동 평화와 팔레스타인 거주 점령지를 포함한 대 이스라엘 건국의 희망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좌파 정당들도 이번 총선만큼은 보다 유연한 팔레스타인 정책 등 평화 공약을 내세우지 못하고 국내 이슈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대신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 철수 등 샤론 총리의 정책을 승계하는 한편 일방적으로라도 4년 안에 국경을 획정하겠다며 선명성을 부각시킨 올메르트 총리대행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29일 하마스가 주도하는 새 팔레스타인 자치 내각이 의회의 승인을 받아 공식 출범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본격적인 대결 구도로 치달을 전망이다. 하마스에 의해 총리로 지명된 이스마일 하니야는 27일 이스라엘 정부의 일방적 국경 변화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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