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마애삼존불(국보 제84호)의 온화한 ‘백제의 미소’가 사라졌다.
28일 서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풍화 현상을 예방하고 자연채광에서 미소를 감상하도록 하자는 학계 진단에 따라 40년 전에 설치한 보로각을 뜯어냈다. 보호각 지붕을 남겨둔 채 불상 뒤쪽을 제외한 3면 벽을 철거했다. 하지만 1965년에 세운 보호각이 철거되면서 주변 환경이 바뀌자 불상의 표정이 달라졌다.
철거 이후 습기에 의한 풍화는 막을 수 있게 됐지만 채광이 불완전해져 불상의 얼굴 표정이 어색해진 것이다. 오전 10시께 보호각 앞산 위로 해가 떠오르더라도 햇빛이 불상 아래 부분만 비춰 얼굴 윤곽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밋밋한 표정 뿐이다.
시는 보호각 내 조명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예전의 독특한 미소를 되찾을지는 미지수다. 시 관계자는 “장기 보존을 위한 조치가 뜻밖에 특유의 미소를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해치게 됐다”며 “보호각 주변에 영상자료 전시 공간을 만들고, 정밀 관찰 후 보호각 지붕까지도 해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산=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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