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인베스투스글로벌 전 대표의 로비의혹 수사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단순한 의문을 넘어 음모론적 추측들마저 그럴듯하게 떠돌고 있다. 이런 설과 추측은 “검찰이 왜, 이 시점에 사건을 터뜨렸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여권의 핵심 인사들조차 검찰의 수사 배경을 물으면 “글쎄…”라며 의문을 표할 정도다. 검찰은 물론 “지난해 국가청렴위가 고발한 다른 사건을 수사하다가 김재록 전 대표의 혐의가 나와 수사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시점의 미묘함 때문에 검찰 발표 이상의 의도가 있는지를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것 하나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역시 대선주자들과 연계된 설이다. 우선 김 전 대표의 로비 대상으로 이헌재,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주로 거론되자 ‘고건 전 총리 견제설’이 나오고 있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28일 “이헌재, 진념 두 사람은 고 전 총리와 가깝고 앞으로 지원그룹의 핵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을 미리 제어하려는 의지가 이번 사건에 깔려 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하지만 고 전 총리를 잘 아는 여권 인사는 “고 전 총리는 오히려 관료생활을 같이 했던 사람을 되도록 멀리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고건 견제설’을 일축했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연관시키는 추론도 있는데 정반대의 논리가 나온다. 먼저 검찰이 이 시장을 도와주었다는 시각이다. 이 시장이 ‘황제테니스’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는 마당에 이번 사건이 터져 나와 여론의 관심에서 비켜났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검찰의 칼 끝이 이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현대자동차의 신사옥이 수사 대상인만큼 인허가 주체인 서울시가 일차적인 타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 시장도 조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론 열린우리당 지도부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김 전 대표의 동생인 김재갑씨가 17대 총선에서 우리당 후보로 출마하려다 경선에서 떨어졌고 선거 후 원내기획실 부실장을 맡은 적이 있기 때문에 정동영 의장 진영과도 인연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지만 현재로선 설득력이 가장 낮은 쪽이다.
민주당과 연관 짓는 시선도 있다. 김 전 대표가 DJ정부의 인맥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압박용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의 추락은 지지세력이 겹치는 여당의 이득이라는 논리다. 이 역시 근거는 없다. 한나라당에선 “지금은 DJ정부와 현 정부를 겨냥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한나라당 관련 부분이 나올 수 있다”는 의구심이 엄존하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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