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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광대 장관'의 굿판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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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광대 장관'의 굿판을 기다린다

입력
2006.03.2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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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messenger)는 인터넷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일대일 대화와 다자간 대화, 대용량 파일 교환에다 음성 대화는 물론 인터넷폰 기능도 한다.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이어다. 메신저는 그런 의사소통의 즉시성과 전파력을 무기로 인터넷 공간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메신저는 효율적이다. 모이지 않아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회의도 할 수 있다. 한계도 있다. 특히 화자(話者)간 감정 교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점이 그렇다.

오프라인상의 만남이라면 얼굴 표정 하나, 목소리 톤의 변화만으로도 상대의 기분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메신저상에 뜬 글만으로 상대 화자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알아차리기란 무척 어렵다. 글이란 어느 정도 정제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의 감정을 조밀하게 글로 표현하는 것 역시 쑥스럽고 곤혹스런 일이다. 그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상형문자를 닮은 인터넷 문자나 이모티콘을 사용하는데, 그때마다 마치 내면의 모습을 감추고 무대에 오르는 ‘광대’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진정 ‘통’하게 하는건 역시 만남이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 시대의 영원한 ‘광대’ 김명곤씨가 문화관광부 장관에 취임했다. 연극배우, 연출가, 극단 대표, 영화배우에 이르기까지 지난했던 그의 예술 인생을 반추하면 반가운 일이다. 김 장관은 국립극장장 시절 이른바 현장 예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문화 행정과 문화 구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취임 일성으로 예술 현장과 통하는 문화 행정을 하겠다고 한 것이나, 기초ㆍ전통 예술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규모 있는 지원과 투자로 대중문화와 순수문화가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 대목 등은 오랜 기간 쌓아온 고민의 산물일 것이다.

김 장관은 예술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낀, 현실과 유리된 문화 제도와 구조를 바꾸기 위해 그 한복판으로 뛰어든 광대다. 국립극장장 재임 6년은 한바탕 신명나는 굿판을 예비한 기간이었을 것이다. 정권이 그를 중용하고, 문화예술계가 반색한 것도 김 장관이 이끌어갈 극(劇)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청문회 절차와 취임식 과정에서 그는 ‘광대’로서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 이입이 되지 않는 ‘메신저’로 관객과 소통하듯, 지극히 공무원적인 텍스트들을 풀어놓았다.

관객들은 잘 정도된 김 장관의 포부와 계획을 보며 그가 광대인지, 아니면 광대의 가면을 쓴 관료인지 헷갈려 했다. 그럼에도 그의 어깨 위로 기대와 격려가 쏟아지는 것은, 관료적 색채를 띠는 것 또한 광대가 풀어놓는 연기이자 광대의 한 단면이라고 보았기 때문일까.

김 장관은 ‘광대 정신’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광대는 넒고(廣) 큰(大) 영혼을 갖고 시대의 고통과 불화에 마주서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온몸으로 감싸안고 표현하는 상생의 창조자”라며 그런 “광대 정신”으로 문화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 김 장관은 정부 내에서 광대 역을 자임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또 현장 예술계와 통하는 메신저에 새로운 이모티콘을 만들어 넣어서라도 진정으로 통해야 한다. 그것이 ‘광대 장관’의 굿판을 기다리는 이들의 소망일 것이다.

황상진 문화스포츠부 부장직대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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