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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의 미디어 비평] 선거철 편향보도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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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의 미디어 비평] 선거철 편향보도가 두렵다

입력
2006.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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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일간지가 느닷없이 경제섹션 머리에 외국계 커피전문점이 로열티로 매출의 5%나 본국에 송금해서 문제라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나름대로 사실과 정보는 있었지만, 특별히 주목받을 만한 사건이나 현상, 또는 대단한 기획은 아니라는 점에서 왜 이 뉴스가 머리기사로 편집됐을까 다소 의외였다.

기사는 이 커피전문점의 과다한 로열티 송금 뿐만 아니라 국내 자산과 순이익 증가에 비해 커피값이 비싼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했다. 이 신문은 지난달에도 경제섹션 머리기사로 자장면값보다 비싼 커피값의 문제를 보도하면서 이 외국계 커피점을 겨냥하기도 했다. 왜 이 신문이 유독 특정 커피전문점을 겨냥한 비판과 공격 기사를 크게 게재한 것일까.

정통한 소식통들의 설명은 이렇다. 기사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 커피전문점은 약 3년 전부터 전국 체인점 안에 무인 신문판매대를 설치했는데, 경쟁 신문을 독점적으로 비치ㆍ판매해 이 신문의 미움을 샀다는 것이다. 이 신문이 최근 부쩍 이 커피전문점을 ‘공격’하는 기사를 빈번하게 싣고 있는 진짜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신문의 행간을 읽어내는 이른바 고급 독자들은 취재원과의 갈등 관계 때문에 소위 정론지를 자처하는 신문들마저 엉뚱한 기사와 악의적인 편집을 하는 것을 목격하고 분노하고 한탄한다.

한국 신문 가운데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처럼 독자들이 신뢰하고 따를만한 정론지다운 정론지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신문사의 이해관계와 신문 기사의 공정성 가치를 쉽게 바꿔치기 하는 한국 언론의 수준 낮은 저널리즘 관행 탓이다.

아무리 비판정신이 담긴 기사라 해도 거기에 신문사의 이해 관계가 내포돼 있다는 혐의를 독자들이 갖기 시작하면 기사도 죽고 신문사도 죽는다. 사람들은 신문사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기사도 믿지 못하게 된 지 꽤 오래다. 최근 신문을 떠나는 사람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신문의 위기 현상의 근저에는 바로 신문 불신 풍조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자본이나 권력으로부터의 신문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믿지 못하게 된 독자들이 차라리 신문이 자신의 취향과 구미에 맞는 기사를 크게 보도해 주기를 바라는 잘못된 습관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말로는 신문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얘기하지만, 신문을 펼쳐 들고는 자신과 정파적 취향과 코드가 맞는 편향적인 기사를 소비하며 즐거워한다.

신문들은 정치적이든 이념적이든 당파적이든, 한쪽으로 쏠리게 마련인 독자집단의 취향에 영합하는 편향적인 기사를 주로 판매하게 됐다. 보수 신문, 진보 신문을 가릴 것 없다.

좀 단순화 시켜 얘기하면 보수 신문은 보수 성향의 독자를 겨냥해서, 진보 신문은 진보 성향의 독자를 겨냥해서 ‘편향’을 판매하면서 생존하고 있는 것이 한국 신문의 현주소다. 여기에 고도의 상업적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는 무가지나 인터넷 포털은 경영 구조상 ‘선정’을 판매하며 생존할 수밖에 없다.

신문사의 이해관계가 수시로 작용하고 독자들의 뉴스 편식 습관까지 가세하면서 이제 한국 언론에서 객관과 독립, 공정이 숨쉬는 정론이 들어설 공간은 매우 좁아졌다. 편향과 선정이 정론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는 정론의 공간을 빼앗은 편향과 선정은 제살 깎아먹기 식 성향 때문에 자꾸만 자기의 공간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편향적인 기사는 안 봐도 어떤 기사인지 뻔히 알기 때문에 독자들은 제목만 보고 떠난다. 선정적인 기사들은 설탕처럼 소비하면 할수록 물리고 질려 버린다.

선거철이 다가왔다. 신문의 제목과 행간에서 편향적 징후가 자주 목격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신문들이 슬슬 정파적 신문의 정체성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한다.

기사 내용을 보면 그게 아닌데 제목을 특정 정당에 불리하게 달고, 특정 정치인의 실수와 실언을 대서특필하여 마치 큰 이슈인 것처럼 보도하는 버릇이 되살아나고 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인들은 정파적이고 공격적인 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다. 반복되는 선거철 편향보도가 벌써부터 두렵다. 편향보도로 언론의 신뢰가 또 얼마나 떨어질지 두렵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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