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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이수산씨 "한국 '새마을 운동' 벤치마킹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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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이수산씨 "한국 '새마을 운동' 벤치마킹했죠"

입력
2006.03.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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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신농촌 운동’은 중국판 새마을운동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 새마을운동의 복사판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 정부가 최우선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신농촌 건설 사업(‘3농’ 정책)을 낳는데 밑거름 역할을 한 중국 교육부 중앙교육과학연구소 3농 교육연구센터의 리수산(50) 주임은 신농촌 정책과 새마을운동의 차이점을 이같이 요약했다. 10년간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연구해온 리 주임의 활동은 중국 농업계와 정책 수립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농업, 농촌, 농민 3농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3,300억 위안(44조원) 등 향후 5년간 100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농촌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농민소득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십 가지 정책이 이미 실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신농촌 정책은 국토 균형개발과 사회불안요인인 도농 격차 해소, 농민의 복지 증대 등 한국의 새마을운동보다 높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리 주임은 “신농촌 건설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농촌 기반시설을 마련해야 하고 다음으로 잘 살아 보겠다는 농민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리 주임과 한국 새마을운동의 인연은 농업부 교육국에서 일하던 1993년 중국에서 열린 농민교육국제회의에 참석한 새마을운동 전문가인 이병동 당시 동국대 교수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리 주임은 이를 계기로 새마을운동 연수원 등에서 체계적인 연구를 시작, 95년 ‘한국농업과 새마을운동’이라는 책을 비롯한 수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중국 농업부 차원에서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한 신촌(新村)운동, 과교흥촌(科敎興村) 운동을 주도했다. 리 주임은 “이런 과정에서 독재자로 알고 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다른 면모를 가진 인물로 다가왔고 이런 경험은 다른 중국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리 주임의 학문적 성과는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조명을 받기 시작, 신농촌 사업의 이론적 기틀을 만든 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센터 주임, 원톄쥔(溫鐵軍) 인민대학 농업농촌발전학원장 등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미쳐 현재의 3농 정책을 낳았다. 특히 리 주임과 린 교수 간의 교류에는 리 주임과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린 교수의 부인이 매개가 되기도 했다.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태어난 조선족인 리 주임은 동북농업대를 마치고 5년간 직접 농사를 지은 뒤 일본으로 유학한 다채로운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농업전문가로, 또 한중일 농업 비교연구에 탁월한 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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