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Special)이란 ‘특별한’ ‘독특한’ ‘전문의’ 등의 뜻을 지닌 영어 단어다. 그러나 KBS MBC SBS 등 3사가 간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모두 ‘○○○스페셜’로 이름 짓고,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 심지어 기존 프로그램의 짜깁기 방송에까지 스페셜이라는 이름을 달면서 방송가에서 이 단어는 본뜻을 잃은 지 오래다.
SBS가 27일 밤 방송한 ‘서동요 스페셜-천년의 사랑’ 역시 그다지 특별할 게 없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주 55회를 끝으로 종영한 ‘서동요’(극본 김영현, 연출 이병훈)의 감동을 되살린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그러나 개그맨 신동엽과 이혜승 아나운서가 진행한 ‘서동요 스페셜’은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재탕해온 NG모음과 명장면 명대사, 촬영현장 스케치 등을 엮고 중간중간 출연자들의 개인적 소회를 듣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허준’ ‘대장금’ 등으로 사극의 새 장을 열어온 이병훈 PD가 한국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백제시대를 그리고, 설화로 전하는 서동왕자와 선화공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당대의 기술과 문화를 녹여넣은 점 등 ‘서동요’가 남긴 의의와 성과를 전혀 담아내지 못했다. 또 NG모음에서는 주인공의 NG장면이 빠지고 인터뷰 진행도 흐름이 끊기는 등 오락적 측면에서도 크게 미흡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원작의 감동을 완전 반감시켰다” “시간 때우기 방송에 그쳤다” “스페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성의가 없었다”는 등 불만의 글이 적지 않게 올랐다.
연출을 맡은 유윤재 PD는 “사극이라 워낙 출연진이 많은데다, 2시간 분량의 녹화를 1시간짜리로 편집하다 보니 많은 걸 담아내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서동요’를 사랑하는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촬영장 모습 등을 보여준다는 기획 의도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페셜’이 아니라 ‘뒷얘기’ 정도로 달았어야 하지 않을까.
한편 SBS는 ‘서동요 스페셜’ 방송으로 후속 드라마 ‘연애시대’의 첫 방송을 1주 뒤인 4월 3일로 미루면서 28일에는 특집 영화를 내보냈다. 그 때문에 지난 주 파일럿 프로그램 대체 편성으로 거른 ‘긴급출동! SOS 24’가 또다시 결방돼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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