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선수들에 대한 병역특례 허용 이후 각계에서 병역특례 혜택을 요구하는 민원이 쇄도한다는 기사(24일자 10면)를 읽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WBC 대표팀의 연이은 선전에 힘찬 박수를 보냈고, 국민에게 큰 기쁨을 선사한 그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그 보상의 방식이 병역면제여야 했는지, 그리고 이번처럼 졸속으로 결정해야 할 만큼 시급한 사안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유감이다.
오래된 우스갯소리지만 현역으로 입대한 사병들은 자신들을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자조한다. 돈과 권력이 있는 집안의 자녀가 이리저리 법망을 피해 군 면제를 받아내는 현실을 비꼰 이야기다. 이번 병역특례 결정을 보며 그들은 자신들이 돈과 권력도 없을 뿐 아니라 야구나 축구도 못했기 때문에 군대에 왔다며 씁쓸해 했을 것이다.
비인기 종목 선수와 협회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국방부가 뒤늦게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들이 먼저 챙겼어야 할 것은, 병역면제 혜택을 간절히 바라는 운동선수들의 사기가 아니라 묵묵히 전선을 지키고 있는 사병들의 마음이었다.
김종찬ㆍ서울 마포구 망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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