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방송 20주년을 맞이하는 DJ 전영혁(54)씨는 30, 40대 음악 팬들에게‘선생님’으로 불린다. 1986년 KBS 2FM ‘25시의 데이트’를 시작으로 현재 KBS 쿨FM(89.1M㎐ㆍ오전 2~3시)‘전영혁의 음악세계’에 이르기까지 20년간 쉬지 않고 세계 각국의 수준 높은 음악을 발굴, 소개해온 그는 한국 대중음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DJ다.
신청곡 하나를 들려주기 위해 일본에까지 가서 100여만원을 주고 앨범을 사온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런 그에 의해 메탈리카, 잉위맘스틴, 팻 매스니 등이 국내에 처음 소개됐고, 애청자들 중 신해철, 블랙홀, 델리스파이스 등의 뮤지션들이 탄생했다. 블랙홀은 그에게 헌정하는‘새벽의 DJ’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27일 열린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는 축하의 자리일 수만은 없었다. 청취율 논리에 따라‘…음악세계’가 밤 12시에서 오전 2시로 밀려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전씨는 “라이센스 앨범이 보통 10여만장씩 팔리던 20년전이 오히려 문화적으로 더 풍요로웠던 것 같다.
청취율을 위해 음악적 지식이 전무한 엔터테이너들을 DJ로 기용하는 요즘의 상황은 비정상적이다”고 꼬집었다. 동석한 음악평론가 성우진씨도 “인기 가수들의 타이틀곡 말고 묻혀있는 음악을 발굴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전씨는 “방송사 차원에서 기자나 아나운서처럼 전문 DJ를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방송사가‘…음악세계’를 “진정한 FM방송의 모델”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애청자들의 방송시간대 복귀 요구에는 귀를 막는 현실에서는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들린다.
애청자들이 기념사업회를 만들어 콘서트(8일 오후 4시 KBS홀) 등 기념행사를 기획하고, 그가 자비를 들여 제작해 무료 배포한 ‘20주년 기념음반’에 대해 메이저 음반 직배사들이 저작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전문 DJ와 뮤지션이 설 자리를 잃고 엔터테이너들만 판치는 요즘, 수준 높은 음악과 절제된 언어로 애청자들의 갈증을 채워주는 그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강명석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