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모(36)씨는 최근 영화 등 동영상을 저장해 볼 수 있는 휴대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를 구입한 뒤 출근할 때도, 쉬는 시간에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밤에도 불을 끈 채 PMP로 영화를 보며 잠들다 보니 아침에 눈곱이 많이 끼었고 눈도 빨갛게 충혈됐다. 급기야 최근에는 PMP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지경이 돼 안과를 찾아야 했다.
최근 PMP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폰, MP3 플레이어,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 등 각종 디지털 기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디지털 혹사 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다. 눈 귀 등 특정 신체기관만 집중적으로 이용하게 됨으로써 피로가 누적되는 증상이다.
이씨의 경우는 작은 액정화면을 통해 자극성이 강한 총천연색 화면을 장시간 보다 보니 눈에 피로가 집중됐다. 또 화면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느라 눈 깜박임이 줄어들면서 안구건조증이 악화, 돌발적으로 눈물이 흐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흔들리는 차 안에서 액정화면을 볼 경우 눈 피로감은 더 심해진다”며 “특히 성장기의 청소년들의 잦은 눈 혹사는 시력이 떨어지는 굴절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MP3 플레이어로 큰 소리의 음악을 장시간 듣는 청소년들은 종종 두통 현기증 이명증세 등을 호소하며 청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영동세브란스 이비인후과 이호기 교수는 “MP3 플레이어는 볼륨을 최대한 높일 때 100㏈ 수준까지 올라간다”며 “이런 상황에서 매일 15분씩만 음악을 들어도 소음성 난청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월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생산하는 애플사는 “소리크기가 115㏈까지 올라가 사용자의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아이팟 사용자들로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소송을 당했다.
휴대폰의 문자메시지와 게임에 중독된 일명 ‘엄지족’들은 손가락 관절과 손목의 건강을 위협 받고 있다.
회사원 김모(27ㆍ여)씨의 경우는 편도 30~40분 정도인 출ㆍ퇴근 시간에 휴대폰 게임을 하는데 어느 순간 엄지손가락이 저리면서 경련이 일어났다. 이후부터는 게임을 할 때 마비되거나 저리는 느낌이 더욱 자주 찾아왔다.
서울 세란병원 정형외과 제진호 과장은 “인대에 염증이 생기거나 손목 인대가 두꺼워져 신경을 누름으로써 손바닥 마비증상 등이 나타나는 ‘손목터널 증후군’의 일종”이라며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게임을 할 때 엄지손가락만 자주, 반복적으로 이용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휴대폰 사용 시 목과 등의 자세가 구부정해져 어깨와 등 쪽에 각종 근육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예방의학과 원종욱 교수는 “소형의 멀티미디어 디지털기기들이 많이 나오면서 과거에 비해 눈 귀 자세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 늘어나게 됐다”며 “특히 엄지족 청소년들은 나이가 들었을 때 목 등 어깨가 아픈 근골격계 질환이 더 빨리 생길 수 있으므로 디지털기기에 너무 빠져들지 말고 휴식시간을 자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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