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리뷰/ 영원한 오빠 나훈아 '데뷔 40주년 콘서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리뷰/ 영원한 오빠 나훈아 '데뷔 40주년 콘서트'

입력
2006.03.29 00:04
0 0

“우리가 인터넷 팬 카페보다 더 빨리 예매했잖아.” “다음 앨범은 언제 나온데?” 공연장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은 이야기 꽃을 피우며 기념 촬영을 하느라 분주하다. CD와 DVD, 공연 기념 티셔츠 등을 파는 매장 앞도 인파로 북적인다.

아이돌 스타의 공연장 풍경이 아니다. 25,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나훈아의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 ‘마흔번째 봄’의 모습이다. 10만원을 호가하는 공연 티켓의 전석(4회 총 1만1,000석) 매진, 아이를 데려온 30대 부부에서 70대 어르신에 이르는 폭넓은 팬들. 모든 가수들이 꿈꿀만한 이런 풍경은, 나훈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가수들은 댈 게 아냐. 최고 중의 최고지. 맨날 보는데 맨날 새로운 게 나와.” 지방 공연 때는 아예 주변 호텔을 잡아 공연과 관광을 함께 즐긴다는 열성 팬 이명희(62)씨는 나훈아의 공연을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실제로 ‘마흔번째 봄’은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한 블록버스터 콘서트였다. 무대 중앙을 꽉 채운 거대한 고목이 꽃을 피우는 것으로 시작한 공연은 어느새 롤러 블레이드를 탄 댄서들이 등장해 놀이판을 만드는가 싶더니 나훈아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마지막에는 대형 거북선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온 나카야마 게이코(58)씨는 “실내 공연이라서 그런지 지난해 야외에서 연 ‘아리수’ 공연 때처럼 시원한 맛은 덜하다. 그 때는 더 대단했다”며 불만(?)을 말했지만, 이마저도 나훈아의 공연을 처음 본 사람에겐 충분히 놀라운 규모였다.

그러나 나훈아가 공연 내내 자랑한 것은 그의 음악적 자산이었다. ‘무시로’를 부르며 “이 노래부터 제가 부른 노래의 99%는 제가 작사 작곡 한 겁니다”라며 ‘싱어송라이터’임을 강조한 그는 흔히 트롯으로 불리는 성인가요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시도를 보여줬다.

팬들이 인터넷 투표로 뽑은 신청곡 1위 ‘영영’에는 첼로 연주가 입혀졌고, 노래 중간에 갑자기 마이클 잭슨의 ‘Bad’가 리믹스 되는가 하면, 신곡 ‘홍시’에는 레게가, ‘아리수’에는 국악이 사용됐다. 그는 또 “어떻게 우리 음악을 트롯(Trot)이라는 영어로 말할 수 있느냐. 이제부터는 아리랑이라고 부르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모두가 전통 가요를 트롯이나 뽕짝으로 부르며 낡은 노래로 폄하할 때 전통 가요의 정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수많은 장르를 융합하며 경계를 확장해온 나훈아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발전을 거듭하는 공연과 음악, 요란한 홍보를 하지 않아도 공연장 전석이 매진되는 열렬한 팬덤. 젊은 스타들도 TV에 얼굴을 비치지 않으면 인기를 유지하기 힘든 요즘, 마흔 번째 봄을 맞은 이 ‘아리랑’의 거목은 팬들과의 소통만으로 조용히 거대한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