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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진화 1등공신 소방헬기 조종사들 보람과 애환/ "긴장의 4·5월…속까지 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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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진화 1등공신 소방헬기 조종사들 보람과 애환/ "긴장의 4·5월…속까지 타요"

입력
2006.03.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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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15㎙의 황사바람이 몰아치던 28일 대구공군기지내 대구소방본부 소방항공대앞 활주로. 재난대비 훈련을 마치고 막 소방헬기에서 내린 대구소방본부 소방항공대 운항실장 김천배(52ㆍ소방경) 기장은 “오늘처럼 강풍이 불 때 산불이 나면 헬기 수십 기가 출동해도 불길 잡기 힘들다”며 팔공산부터 살폈다.

대구소방항공대가 창설된 1995년 10월 육군항공대에서 이곳으로 옮겨온 김 기장은 소방전용헬기인 유로콥타사 AS350B2와 러시아제 KA32T 까모프 등을 조종하며 11년째 팔공산과 지리산 가야산 등을 지키고 있는 베테랑 소방수이다. 18년의 군헬기 조종경력을 빼고, 산불 및 구조비행에만 411회나 출동했다.

건조하고 바람이 많은 4~5월에는 한시도 쉴 틈이 없다는 그는 최근 잇따라 산불이 발생하면서 더욱 마음을 졸이고 있다. “산과 들이 바짝 마른 봄철에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아요.”

그동안 위험한 일도 많았다. 특히 2004년 4월17일 팔공산 ‘초례봉’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때는 강풍과 연기 때문에 헬기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연기 속을 뚫고 물을 살포하는데 딴 헬기가 갑자기 시야에 들어와 조종간을 옆으로 틀어서 겨우 화를 면했어요. 그럴 때마다 아이들 얼굴이 떠 올라요.”

지난 12일 발생한 팔공산 산불때도 까모프에 올라 가장 먼저 현장 상공에 도착한 김 기장은 다음날까지 10여대의 헬기에 급수할 저수지와 소방차 위치, 풍향과 풍속, 진화 우선순위 등을 지휘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그는 “헬기 조종은 통상 바람을 안고 운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산불진화때는 불길이 이어지는 화선(火線)을 따라 측면으로 날아가며 물을 살포해야 한다”며 “40초만에 드럼통 15개 분량인 3,000리터의 물을 담아 화선에 뿌리면 웬만한 불은 한꺼번에 70∼80㎙ 정도 꺼진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슴 아픈 일도 있다. 2003년 1월 폴란드제 W3A 일명 소콜헬기를 타고 자동비행장치 시험비행을 나간 동료 조종사 2명이 경남 합천댐에 추락, 목숨을 잃은 사건은 두고두고 그의 가슴에 한이 되어 남아있다.

김 기장은 “77년 군입대부터 30년이 다 되도록 헬기를 조종, 산불진화에는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지만 예방을 능가하는 진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글ㆍ사진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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