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노동자들의 대규모 반대 시위 속에서 미 상원이 27일 새 이민법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으나 사분오열의 극심한 혼란상을 노출하고 있다.
불법이민 규제 강화를 추구하는 공화당 내에서도 규제의 방법 및 강도, 구제 대상 및 범위가 서로 다른 4개 이상의 법안이 난립해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규제 강화 움직임을 저지한다는 입장은 분명히 하면서도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이날 상원 법사위는 제임스 센센브레너 공화당 하원의원(위스콘신)이 발의, 지난해 12월 하원을 통과한 ‘센센브레너 법안’(일명‘HR437법안’) 등에 대한 심의를 벌였다. 이 법안은 불법 체류자들에 대해 5년 내 고국으로 돌아가 임시 근로자 또는 영주 희망자로서 재신청을 하도록 하고, 불법 체류자를 고용한 업주는 엄중 처벌하며, 미국_멕시코 국경에 320km에 이르는 장벽을 세우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들을 공개 등록시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초청 노동자’제도의 도입을 촉구하고 있으나 센센브레너 법안은 이 조항을 배제했다.
상원 법사위에서 법안 심의가 지연될 경우 28일부터 상원 본회의에서 별도로 새 이민법안 심의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한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제안한 법안은 불법 이민을 단속하는 데 있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프리스트 법안에는 ‘초청 노동자’제도도 포함돼 있지 않고 불법 이민자들을 일정한 조건하에 양성화하는 구제절차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상원에 올라와 있는 새 이민법 중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과 민주당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이 공동으로 제안한 법안도 주목된다.
가장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법안은 부시 대통령이 주장하는 ‘초청 노동자’제도 뿐 아니라 불법 이민자들이 최종적으로 합법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법적 절차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규제 일변도에 반대하는 민주당 입장을 부시 대통령의 구상에 접목시켜 놓은 것이어서 심의 과정에서 양당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지지를 얻어낼 지가 관심거리다.
2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50여만 명이 참여, 절정을 이룬 반 이민법 반대 시위는 26~27일에도 간헐적으로 계속됐고, 27일에는 법안 심의가 이뤄진 미 의사당 주변에서 시위와 기도회가 이어졌다.
10여명의 성직자들은 불법이민자 처벌에 항의, 수갑을 찬 채 시위에 나섰다. 미국 내 한인 불법이민자의 규모는 전체 한인 인구 200만 명 중 18~20%에 해당하는 36만~40여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미 의회의 불법 이민 규제 움직임은 한인 사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불법이민자 규제강화 법안
▦센센브레너 법안(지난해 12월 하원 통과)
불법 체류자는 경범죄가 아닌 중죄로 취급, 구금 후 신속 추방.
고용주에 6년 이내 피고용인의 체류자격 확인 의무, 위반 때 2만5,000달러 벌금 등 형사처벌.
미국-멕시코 국경의 3분의 1인 320km에 장벽 건설, 미국-캐나다 국경에도 검토.
▦맥케인-케네디 수정법안
불법 체류자에 근로비자를 새로 발급, 유효기한 3년에 수수료 1,000달러.
6년간 합법적으로 일한 경우는 1,000달러를 추가로 내고 항구적 근로비자 신청, 법 준수ㆍ영어능력이 조건.
새 입국희망자는 미국 일자리를 구했다는 증명과 함께 500달러를 내고 근로비자 신청.
▦코닌-카일 수정법안
불법 체류자는 2년간 일한 뒤 1년 간 출신국으로 귀국, 다시 비자 심사 받아 재입국.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을 만들되 2년 일한 뒤 1년은 출신국에 귀국, 시민권 신청은 불가.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자는 벌금형 부과.
▦스펙터 수정법안
불법 체류자는 출신국으로 돌아가 신설할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으로 재입국.
재입국자는 최대 6년 취업 후 영주권을 신청한 뒤 출신국에 돌아가 영주권 발급여부 대기.
취업이민 비자 발급 대상숫자를 현행 1년 14만 명에서 최소 29만 명으로 확대.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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