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문화가 혁명적인 변혁기에 접어들어 이것저것 바뀌는 것이 많다. 이 가운데 가장 뚜렷한 것이 사무실이 무척이나 조용해졌다는 점이다.
메신저 사용이 정착되면서 대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누구는 “긍정적인 변화”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지만 어떤 이는 “회사 생활에서 인간적인 재미가 없어졌다”고 한숨이다.
인터넷 포털 업체에 다니는 유연삼(34)씨. 이전 직장에선 ‘남자 아줌마’로 불릴 정도로 수다스러웠지만 지금은 과묵한 사나이가 됐다.
그는 “업무를 거의 메신저로 해결하다 보니 출근해서 점심 때 빼고는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한마디도 안 하고 퇴근할 때도 있다. 처음엔 답답했는데 이제 적응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직업별 주평균 메신저 이용 시간 조사에 따르면 사무직이 8.8시간으로 가장 많았다.
복잡한 서류 보내기는 파일전송으로 끝내고 업무상 대화뿐만 아니라 회의도 메신저로 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사무실은 항상 조용하다. ‘침묵의 사무실’은 IT업체들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제조업체 H사의 여직원 정호경(29)씨는 메신저 예찬론자다. 매일매일 기분에 따라 메신저 대화명을 바꾸는 수고를 마다 않는 그는 “직접 말을 주고 받는 것보다 메신저로 대화하는 게 훨씬 편하고 업무에도 효율적”이라며 “동료 간 대화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고 직장이 수다 떨라고 모인 곳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회사 여직원 윤금주(33)씨는 “껄끄러운 상사 얼굴 마주하지 않고 대화창만 보면 되는 것 역시 메신저의 매력”이라고 털어 놓았다.
반대로 메신저가 애물단지인 사람들도 있다. 메신저가 익숙한 젊은 직원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40~50대 상사들이다. 직원들 성화에 못 이겨 메신저 계정을 만든 김동민(47)씨는 아직도 어색하다.
공공기관의 부장인 그는 “상대방 얼굴을 안 보니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는지 답답할 때가 많다”고 푸념했다. 대기업의 팀장인 이규형(42)씨의 별명은 교수님이다.
짧은 글로 대화하는 젊은 직원들과 달리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문장을 써서 대화창을 논문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메신저 읽다가 숨 넘어갈 뻔했다”는 직원들의 지청구에 시달린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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