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23)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가 이혼했다. 이후 엄마와 떨어져 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키워졌다. 엄마 없이 자란 A의 상실감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다. A의 상실감은 여성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고, 술만 마시면 밤 늦게 귀가하는 부녀자를 쫓아가 성폭행 했다. A는 뒤늦게 소식을 듣고 교도소를 찾아온 어머니를 보고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2. B(21)는 외아들로 태어나 경제적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 그러나 맞벌이인 부모와는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어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끼지 못했다.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어머니는 강압적이었다. 특히 어렸을 때 아버지의 외도로 부모가 자주 다투는 광경을 보면서 자신감을 잃어갔다. B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습적으로 본드를 흡입했다. 그는 본드 환각상태에서 아파트 계단을 올라오는 초등학교 여학생 2명을 옥상으로 데려가 성추행 했다.
이혼과 맞벌이부부의 증가가 ‘엄마’의 부재(不在)에 따른 ‘모성(母性) 결핍성’ 성범죄를 낳고 있다.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유기준 의원(한나라당)과 함께 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이 개별 보관해온 연쇄ㆍ흉악ㆍ아동 대상 성범죄자 212명의 관련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들 중 41%가 부모의 이혼 등에 따른 모성 결핍성 범죄자로 나타났다.
취재팀은 1차로 212명 전체의 가정환경을 통계 분석한 뒤, 수법이 흉악하거나 상습 성폭행을 일삼은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성장이력을 별도로 심층 조사했다.
1차 분석 결과 부모의 이혼과 가출 등으로 편부(편모)나 계모(계부) 밑에서 자란 성범죄자는 41%(86명)였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2002년 기준 1,431만 가구) 가운데 결손가정이 6.8%(96만7,000가구)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성범죄자 중 결손가정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41%)은 상당히 높은 것이다.
부모와 함께 살더라도 부부 싸움이 잦거나 알코올ㆍ도박 중독 등으로 자녀에게 무관심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성범죄자의 70% 가량이 모성 결핍 환경에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어 2차로 정밀 심리분석이 이뤄진 연쇄 성폭행범 9명 중에서 계모나 친 어머니에게서 학대 받은 경험이 있는 모성 결핍성 범죄자는 78%(7명)나 됐다.
또한, 통계청과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00명당 1.5명이 이혼했던 1995년에 강간범죄는 총 4,844건이었으나 이혼이 2.9명으로 늘어난 2004년엔 6,959건이 발생해 43%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과수 강덕지 범죄심리과장은 “과거에는 경제적 결핍 등에 따른 우발적 성범죄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 가정 붕괴에 따른 모성 결핍성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다면 성범죄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재학(팀장)·조철환·이동훈·박원기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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