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하느님께 물었다. 또 앞으로 잘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한명숙 총리 후보자는 27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 3층의 임시 집무실에서 총리실 간부들과 상견례를 하면서 ‘소명과 헌신’을 강조했다. 그는 “어제(26일) 남편과 함께 교회에서 기도했다”면서 “국민을 위해 노력하자”고 간부들에게 당부하고 스스로 다짐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총리 후보자로서의 업무를 시작했다. 총리실 1급 이상 간부들과의 상견례, 인사청문회 준비, 조영택 국무조정실장의 현안보고 청취 등으로 바빴다. 총리실은 며칠 여유를 두고 차근차근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었으나 한 후보자가 “하루라도 빨리 업무를 파악하고 싶다”고 말해 이날 이루어졌다. 한 후보자는 또 정치인 출신 총리의 경우 통상 의원회관 보좌진들이 청문회 준비를 해왔던 것과는 달리 임시 집무실로 매일 출근, 각종 보고를 받기로 했다. 공식적 라인을 중시하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한 후보자는 이날 봄볕만큼이나 밝은 아이보리색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또 환한 웃음으로 직원을 맞아 분위기를 더욱 밝게 했다.
한 후보자는 “우리 앞에 인사청문회라는 통과해야 할 높은 관문이 있다”면서 “내가 선장이라면 여러분들은 같은 배를 탄 선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를 움직이는 것은 선원이지만 선장이 방향을 잘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도와달라”면서 “배의 목적지는 국민의 평안과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 동안 정치가 국민을 많이 피로하게 했다”면서 “인사청문회에서만큼은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총리실은 인사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사안으로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의 통일혁명당 사건 연루와 13년 복역을 꼽았다. 또한 한 후보자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점을 들어 한나라당이 이른바 사상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장악력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우려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후보자도 이를 인식, “정책과 현안에 대한 예습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사진기자들을 위해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하자”고 간부들에게 제안하는가 하면, 취재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친화력을 보였다. 그는 남성의 앉은 키에 맞춰진 의자를 높여달라는 부탁했지만 결코 작아 보이지 않았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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