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이 봄바람을 탄다. 불편하고 고루한 의상이라는 선입견은 이제 없다. 유려한 색상과 아름다운 선을 앞세워 우리 마음과 이방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상류층에서는 이미 ‘오뜨 꾸띠르’가 되면서 또 하나의 명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호화로운 한복의 생산과 유통은 우리 전통문화의 고급화와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복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시각과 평가가 새로워지고 있는 변화의 중심에는 대중문화가 일궈낸 ‘한류’가 있다. 한류 에너지의 화수분이 되고 있는 드라마 ‘대장금’을 비롯해 1,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 최근 개봉한 ‘음란서생’,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궁’ 등.
나라 안팎의 대중을 강타한 영상물들은 대부분 한복을 입었다. 한복의 선과 색이 한류 영상물의 미학을 주도하면서 한복에 대한 재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사가 4월1일부터 2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에서 여는 ‘韓류, 한복을 입다’ 행사는 이 같은 대중문화와 한복의 교차점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려는 전시회다.
주제는 ‘대중문화와 전통으로 만나는 우리 옷’. 대중문화의 상상력 속에 펼쳐진 한복의 다양한 변신은 물론 거장들의 손끝을 통해 재현된 한복의 품격에 심취해 볼 수 있는 기회다.
행사는 기존의 한복 전시회와는 완전히 다른 복합 문화 이벤트 형식으로 치러진다. 대중문화 속의 한복을 다루는 제1전시관과 정통 한복의 멋스러움에 젖는 제2전시실이 마련된다. 제1전시관은 ‘스타 존’ ‘무비&드라마 존’ ‘한류한복 체험관’으로 나뉜다.
스타 존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할 스타는 단연 이영애.
‘한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 이영애가 지난 2월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가한 베를린영화제에서 입어 화제가 됐던 디자이너 한은희씨의 작품과 2005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선보인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붉은 색 한복 등 세 벌의 한복이 출품된다. 사진작가 조세현씨가 출품한 25점의 한복 사진도 볼거리다.
무비&드라마 존은 사극과 영화 세트를 재현한 공간으로 연출된다. 토담과 솟을대문으로 꾸며진 공간에 들어서면 ‘대장금’의 수라간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어 ‘왕의 남자’에서 공길과 장생이 입궐해 연산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면, ‘음란서생’에서 왕과 왕비가 내시들을 대동하고 차를 마시는 장면 등이 계속된다.
‘음란서생’의 의상 디자이너인 정경희씨는 남편인 설치미술작가 오만호씨와 함께 내시들의 배에 LCD를 부착, 영화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설치미술을 시도한다.
한류한복 체험관은 ‘왕의 남자’에서 임금의 처소, 드라마 ‘궁’의 황태자 부부 내전으로 꾸며진다. 관람객이 작품 속 한복을 입고 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예지원 강사가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복 입기와 전통예절을 가르치는 한류교실을 운영한다.
제2전시관은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인 침선장 조교 구혜자씨와 현대적 감각을 추구하는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씨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2003년 배용준, 전도연 주연의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의상을 제작한 구혜자씨는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입었던 전통 의상 20여 벌을 선보인다. 김영석씨는 조선 여성들의 한복 30여 벌 외에도 노리개, 조각보, 비녀, 베개 등 고가 장신구를 출품했다.
꽃망울이 터지는 4월, 고궁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한복 전시회는 재미와 의미를 함께 찾으려는 가족의 봄 나들이 테마로 제격일 듯하다.
권오현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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