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실시된 우크라이나 총선에서 친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총리가 이끄는 ‘지역당’이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의 집권 ‘우리 우크라이나당’을 누르고 제1당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의 ‘티모셴코 블록’은 2당으로 부상해 티모셴코가 앞으로 본격화할 연정 구성 협상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정국 향배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당은 출구조사에서 27~33%를 득표, 티모셴코 블록(22~24%), 우리 우크라이나당(14~16%)을 제쳤다. ‘오렌지 혁명’으로 명명된 2004년 대선에서 유시첸코 대통령에 고배를 마신 야누코비치가 1년 여의 와신상담 끝에 화려한 정계 복귀를 신고한 셈이다.
야누코비치 전 총리는 당시 레오니드 쿠치마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대선에 출마해 승리했으나 부정선거 시비로 재투표를 실시한 끝에 패배했다.
이날 총선에서 야누코비치 측은 전체 450석 중 과반 확보에는 실패, 단독 내각 구성은 불가능하다. 야누코비치는 “새 내각을 책임지고 구성할 준비가 돼 있으며 어떤 정당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연정 주도 의지를 비쳤다.
경기 침체와 시민혁명 세력 내부의 분열 등으로 ‘오렌지 혁명’의 성과가 빛을 잃으면서 유시첸코 대통령의 패배는 일찌감치 점쳐졌다. 그러나 3당으로까지 추락한 것은 의외다.
이번 총선은 대통령 권한을 축소, 총리와 내각 지명권을 의회로 넘기는 등 의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헌법 개정이 이뤄진 뒤 처음 실시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때문에 정국 안정을 위해 유시첸코 대통령이 야누코비치 측과 대연정을 선택할 가능성도 유력한 시나리오로 제기되고 있다.
관심은 유시첸코 대통령과 ‘오렌지 혁명’의 동지로 총리에 등극했다 지난해 9월 해임된 티모셴코의 선택에 쏠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은 총리직에 미련이 남아있는 티모셴코가 이번 총선에서 약진하면서 연정 구도가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티모셴코가 어떤 정당과 협력하든지 간에 다시 총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투표 종료 뒤 개표가 진행되면서 유시첸코 대통령 측이 티모셴코 블록과 연정 협상을 시작하는 등 두 사람이 갈등을 봉합하고 연정을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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