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 등으로 각국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각종 사고 때문에 중단 상태이던 일본의 ‘핵 연료 리사이클 계획’이 본격 재시동을 걸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普三) 관방장관은 27일 열린 핵 연료 리사이클 협의회에서 핵 연료 재활용 기지로 선정된 아오모리(靑森)현에 계획의 본격 시행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앞선 26일 사가(佐賀)현과 같은 현 겐카이(玄海)마을은 핵연료 리사이클 계획의 중심 사업인 ‘플서멀’(plutonium thermal use) 발전을 수용하겠다고 정식 발표했다.
사가현 등의 발표는 정부와 지역간에 교착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첫 수용 표명으로, 일본 정부가 핵 연료 리사이클 계획을 추진하는데 있어 커다란 일보로 평가할 수 있다. 주 사업체 규슈(九州)전력은 겐카이 플서멀 원전의 2010년 가동을 목표로 구체적인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핵 연료 리사이클이란 말 그대로 사용한 핵 연료를 재처리해 다시 핵 발전에 이용하는 것으로 일본 정부가 역점을 두고있는 에너지 정책이다.
또 플서멀은 원자력 발전에 사용한 후 추출한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물(MOX연료)을 기존의 경수로에 다시 투입하는 방식으로, 핵 연료 리사이클 계획의 핵심 사업이다.
원래는 2000년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1999년 이바라키(茨城)현 도카이무라(東海村) 원전 임계사건 등 속출하는 사고와 불상사로 여론의 거센 역풍을 받았다.
일본 정부는 당초 ‘꿈의 원자로’로 불렸던 ‘고속증식로’를 이 계획의 중심으로 삼았었다. 하지만 1995년 고속증식원형로 ‘몬주’가 나트륨 유출 사고를 일으켜 개발 계획을 중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나마 주민들이 제기한 원자로설치허가 무효확인 소송에서 지난해 5월 최고재판소가 ‘적법’판결을 내리며 몬주 편을 들어줘 고속증식로 사업은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플서멀을 중심으로 한 핵 연료 리사이클 계획은 경제성과 안정성에서 고속증식로보다 비교가 안될 정도로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이 계획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핵무기 개발이 가능한 잉여 플루토늄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이 프랑스와 영국 등에 위탁한 재처리 과정에서 30톤이 넘는 잉여 플루토늄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30년 만에 핵 연료 리사이클의 재개를 선언한 것도 일본 정부가 플서멀 계획의 재시동을 거는 데 자극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향후 일본 국내 재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플루토늄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서는 2010년까지 16~18개의 원전에서 플서멀을 시행해야 하는데 주민들의 반발이 매우 강해 난항이 예상된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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