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씨를 아는 금융권 인사들은 하나같이 김씨가 “접근하려는 상대방의 약점이나 골칫거리 해결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고 그 부분을 절묘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고 전했다.
그는 우선 로비대상 기관의 최고위직들과만 주로 상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힘 센 사람’을 찍어 공략한 셈이다.
정부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김씨는 실무자보다 주로 장관, 기관장들과 어울려 실무진에게는 오히려 기피인물로 꼽혔다”며 “실제 수 년 전 재경부의 모 국장은 김씨가 당시 이헌재 장관의 이름을 팔며 허세를 부리자 장관에게 ‘위험한 인물이니 멀리해야 한다’는 보고를 수 차례 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 수사는 김씨가 로비 대가로 주고받은 돈 거래에 집중되고 있지만 “별로 나올 게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김씨가 청탁 대가로 주로 인사상 이익을 제시했고 자신 역시 대부분 정당한 계약을 깔고 돈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 금융사 대표는 “김씨의 로비수단은 ‘돈’ 이상이었다. 장관이나 은행장들이 돈 몇 푼에 움직였을 가능성도 적다. 그보다 정계 핵심과 친분을 드러내며 ‘무슨 자리를 알아봐 주겠다’는 식의 제안이 그들에겐 훨씬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씨 역시 불법적으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적다”며 “구조조정 건을 싹쓸이 하면서 공식적으로 수수료를 챙겼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김씨의 능력으로 꼽히는 것이 탁월한 보고서 작성능력이다. 모 인사에 따르면 심지어 “국민의 정부 초기에 정부 조직개편 컨설팅도 김씨가 담당했다”고 할 정도이다.
공무원 출신인 다른 금융사 대표는 김씨가 “복잡하게 얽힌 구조조정 관련 문제에 대한 해결안을 짜고, 전략보고서를 만드는데 도사다. 한마디로 탁월했다”고 기억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대우차 매각협상이 한창 진행중일 당시, 이후 부총리까지 오른 인사가 김씨가 부회장으로 있던 아서앤더슨의 보고서를 가져온 적이 있었다.
정부는 GM과의 협상을 놓고 고민 중이었는데 마침 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크라이슬러 인수합병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던 때였다. 보고서 내용은 대우차 구조조정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였고, 꼭 보고서 때문만은 아니지만 결국 그런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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