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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롯데월드 얄팍한 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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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롯데월드 얄팍한 상혼

입력
2006.03.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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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를 무료개장이라는 이벤트로 때우려는 게 말이 되냐. "

롯데월드 인명사고 사과 무료개장 첫날인 26일 무전기를 들고 사고 수습을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한 직원은 '무료개장과 이번 사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보상금으로 유족들의 입을 막고는 직원이 죽었는데 변변한 추모행사 한번 하지 않았다. 사고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냥 무료개장이라는 홍보성 행사로 대충 수습하려 했다. 이러니 사고가 또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당일 롯데월드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부상자가 속출했고, 시설물 파손도 잇따랐다. 하루종일 "헤어진 친구를 찾아달라" "입장하다 한쪽 신발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민원도 쇄도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친철함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밀려드는 인파에 치이고 밟혀 자신들도 다쳤지만 잠시 의무실에 들른 게 고작이었다. 한 직원은 입장 때 신발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부리나케 신발 30여켤레를 준비하기도 했다.

1989년 개장 때부터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롯데월드 경영진이 고객을 인간이 아닌 돈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정말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놀이시설을 만들려고 한다면 안전을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라고 회사의 행태를 꼬집었다.

롯데월드에서는 2003년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나 경영진이 적절한 사고예방 대책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결국 이번 사고는 안전불감증과 얄팍한 상혼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불행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사회부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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