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금융브로커 김재록씨가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고위 공직자의 자녀들이 이 회사에 근무했다는 보도는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 석연치 않다. 자녀가 직원으로 일하거나 인턴을 했던 재경부 장관 출신의 당시 KDI 원장 K씨와 산업은행 총재 J씨, 재경부장관 J씨, 재경부차관 K씨는 모두 경제정책 입안과 집행에 영향력이 큰 실력자들이다.
자녀들이 미국 회계사 자격 등으로 정당하게 입사했다고 해명하지만, 한 꺼풀씩 드러나는 김씨의 로비행태를 볼 때 적어도 김씨에게는 다른 의도가 있었다는 심증을 갖게 한다. 정부와 국책은행 등이 추진하는 부실기업 채권매각을 아더앤더슨이 독식하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고위공직자의 자녀취업이 구설수에 오르는 일은 최근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사건에서는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의 장남이 행담도개발에 특채된 사실이 물의를 빚었고, 지난해 3월 물러난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역시 차남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입사한 과정이 의혹을 샀다.
고위공직자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을 제약한다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현대판 ‘연좌제’나 다름없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자녀가 업무연관성이 있는 기업에 일할 때 그 공직자는 아니더라도 부하 공무원들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게 한국사회 현실이다.
윤리의식이 살아 있는 공직자라면 스스로 이런 상황을 피하는 게 정상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구차한 변명을 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참외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않아야 했다.
김씨가 L 전 금융감독위원장등 고위 퇴직공무원들을 아더애더슨이나 현재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 회장, 고문으로 활용한 사실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금융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고위 퇴직공직자들이 컨설팅회사, 회계법인, 법무법인에서 대정부 로비를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지만 퇴직공무원 업무연관기업 취임제한 규정이 유명무실해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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