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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한국화가 3인 '지필묵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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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한국화가 3인 '지필묵 삼매경'

입력
2006.03.2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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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붓과 먹. 전통적인 한국화의 이 오랜 도구들을 요즘 젊은 작가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갖고 논다.

산수화를 입체적인 종이 부조로 떼어낸다든지, 종이 대신 비닐을 여러 장 겹친 위에 먹으로 그림을 그린다든지, 일상 소품으로 민화풍의 오브제 작품을 만든다든지 등등 갖가지 방법의 매체 실험이 최근 2, 3년 새 폭발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서울 팔판동의 도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지필묵 삼매경’은 전통의 지필묵을 다양한 방법으로 변용해가는 한국화가 이길우 홍지윤 양현정의 작품전이다.

무엇에 푹 빠졌다는 뜻의 ‘삼매경’(三昧境)이라는 말에서 가운데 글자를 매개한다는 뜻의 ‘媒’로 바꿔서 이 전시가 매체 실험의 자리임을 밝히고 있다.

이들이 펼치는 지필묵 놀이는 전통과 현대의 경계 혹은 연장선에서 한국화의 미래를 고민하는 몸짓으로 보인다.

이길우의 그린 것을 태워서 그림을 완성했다. 한지에 먹으로 그린 그림을 향불이나 전기인두로 태워 작은 구멍을 잔뜩 냈다.

이 그림 뒷면에 받친 또다른 그림이 구멍을 따라 나타나면서 한 화면에 두 개의 그림이 공존한다.

홍지윤의 ‘사군자 판타지, 매란국죽 낭만’은 디지털 영상과 종이에 그린 수묵화가 하나를 이룬 작품이다. 사군자 그림 여러 장을 바닥까지 끌리게 벽에 층층이 길게 늘어뜨리고 그 앞에 영상 스크린을 걸었다.

달콤한 기타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스크린에는 매란국죽 그림과 시가 차례로 등장한다. 시서화를 하나로 즐기던 옛사람의 풍류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되살린 테크노 풍류라 할까.

양현정은 종이가 아닌 거울에, 먹이 아닌 수정액(화이트)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것을 한지로 덮은 다음 부분부분 긁어내 형상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림 속 장면은 사색에 잠긴 선비나 괴석, 고목 등 전통화에서 자주 보는 도상들이다.

전시는 4월 3일까지.

(02)739-1405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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