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는 2001년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100% 지분을 출자해 만든 운송 및 복합물류 자회사다. 그러나 사실상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계열사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글로비스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계기는 정의선 사장이 지난해 12월 글로비스 상장을 통해 5년여만에 100배에 가까운 평가익을 챙기게 되면서부터. 정 사장은 글로비스(당시 한국로지텍) 설립 당시 59억7,700만원으로 최대 주주가 됐다. 그러나 상장 후 24일 글로비스의 종가는 4만7,000원이다. 1,195만주를 갖고 있는 정 사장의 현재 주식 시가는 5,616억5,000만원이나 된다.
사실 지난해까지도 업계에선 비상장 계열사인 글로비스가 상장될 경우 정 사장이 막대한 차익을 챙겨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을 동원, 경영권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분석은 지난해 12월 글로비스의 상장으로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셈이다. 정 사장은 ‘기아차→현대모비스→ 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현대ㆍ기아차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상 이중 한 회사 지분을 의미있는 수준까지 매입, 그룹 지배권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의 14.59%,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의 38.67% , 기아차가 현대모비스 지분의 18.1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정몽구ㆍ의선 부자는 글로비스를 상장하기에 앞서 2004년11월 당시 지분 25%를 노르웨이 해운사인 빌헬름센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1억달러에 매각했다. 정 사장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기아차와 건설 계열사인 엠코 주식을 인수하는 데에 사용했다.
글로비스가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이 운송 및 탁송 물량을 글로비스에 몰아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글로비스는 매출이 연평균 60% 이상 증가, 지난해엔 매출 1조5,408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도 다른 계열사에 비해서는 수월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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