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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유엔 사무총장 그 안과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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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유엔 사무총장 그 안과 밖

입력
2006.03.2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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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을 향해 뛰고 있는 반기문 외교장관 개인에 대한 미국내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인 수준을 넘어선다.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 비공개 모임에서 반 장관에 대한 개인적 친근감을 바탕으로 ‘대화가 통하는 인물’이라며 후한 점수를 줬다. 그린 교수는 지난해 말까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아태담당 선임 보좌관을 지냈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반 장관과 연결될 기회가 많았다.

●반기문카드 美·日·中의 계산

나아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문제에 천착해온 하버드대의 석학 에즈라 보겔 교수는 올초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 장관은 소프트 파워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프트 파워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 내는 능력이라고 보면 이러한 평가는 유엔 사무총장 후보에게는 최고의 찬사다.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존 볼튼 유엔주재 대사 등 미 고위 관리들도 덕담을 했지만 아무래도 진솔함은 덜하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서의 반 장관, 반 장관을 후보로 낸 한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매우 계산적인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자리가 이번에 아시아 몫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동유럽 후보에게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등이 우리의 동맹인 그들의 공식적 표현이다. 사무총장 선출에 거의 절대적 권한을 가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태도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중국은 아시아 후보에 찬성하지만 반 장관에 대한 구체적 지지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일본의 경우, 한국의 지원요청에 대한 답변을 유보한 채 이를 한일관계에서의 ‘외교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물론 이들 국가 나름대로의 복안이 있을 테고, 시기적으로 이른 감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자세는 유엔 사무총장 선출이라는 국제정치적 과정에서 각자의 개별적 국익을 최대한 관철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여건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격려의 뜻에서 한 말이겠지만 ‘안되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접근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최선을 다하되 통상의 외교활동, 총체적인 국익수호 및 유지활동에 지장을 주거나 충돌을 일으킬 정도로 무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차기외교장관직 암중모색 치열

국내 인사문제와 관련된 정반대의 우려도 있다. 유엔과 워싱턴 등 현장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오지만 선거 캠페인에 유리하다는 논거가 받아들여져 반 장관은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처음엔 적절한 시기까지의 ‘임기 보장’이라는 측면도 있었으나 이제는 어느덧 그 시기가 언제냐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듯 하다. 서울에서든, 워싱턴에서든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6월에 개각 요인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쯤 되면 경험칙으로 볼 때 차기 외교장관을 노리는 인사들이 펼치고 있을 암중모색전의 치열함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고위 외교관들간의 경쟁은 더욱 심할 테고 또 이들에게 줄을 대려는 중ㆍ하위 외교관들까지 감안하면 실로 ‘염불보다 잿밥’의 우려가 없지 않은 것이다.

고태성 워싱턴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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