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정상화, 시(詩) 정상화에 매진해야 할 때입니다.” 한국시인협회 오세영(64ㆍ서울대 국문과 교수) 신임 회장은 시의 건강성과 위상 회복을 선언했다.
25일 한국출판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1970, 80년대 민중 계급 민족 등의 관형어로 문학이 스스로 입지를 좁혀온 데 대해 비판한 뒤 “근년 들어 좋은 젊은 시인들이 모여드는 것도 시협이 ‘문학 정상화’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후기산업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자아 분열과 해체 아닙니까. 분열된 자아를 그대로 반영해 시가 포스트모던 풍으로 난해해지거나 현실을 떠나 관념 속에서 유희하는 것입니다. 문학은 현실에 바탕을 두고 주체를 통합하며 삶을 윤리적으로 고양해야 합니다.” 196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그는 모더니즘 언어미학과 동양적 사유를 결합한 시풍으로 현대인의 흔들리는 정체성을 추슬러왔다.
시의 대중화를 위해 그는 ‘우리마을 시 갖기 운동’ 등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 고향을 노래한 시를 정해 상시 읽히게 하는 겁니다. 특별한 날 특별한 이에게 보낼 수 있는 ‘시 엽서’를 제작 배포할 생각도 있습니다. 시의 정상화는 문학의 향유를 통해 완성됩니다.”
한국시협은 1957년 자유당의 어용 문인단체(문총ㆍ문화인총연합회)에 맞서 유치환 조지훈 등이 문학의 순수성과 자율성을 기치로 창립했다. 내년이 창립 60돌이다. 그 역시 내년 8월 정년으로 교단을 떠난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시점이 된 것이지요. 그것은 나아갈 길을 다시 살펴야 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회갑의 한국시협 회장으로서, 정년의 교수로서 반성과 지향이 만나는 지점 역시 그의 지론인 ‘문학의 자유와 자율성, 다양성’일 것이다.
취임식 날 때맞춰 출간된 15번째 시집 ‘문 열어라 하늘아’(서정시학)의 ‘서시(序詩)- 자화상’에서 그는 철저히 검고 고독한 까마귀에 시인으로서의 자아를 포개고 있다. “차라리 눈발을 뒤지다 굶어죽을지언정/ 결코 까치처럼/ 인가(人家)의 안마당을 넘보진 않는다./(…)/ 빈 가지 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먼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 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최윤필기자 walden@hk.co.kr사진 최흥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