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서울시의 경기버스 진입제한을 밝힌 공문을 전격 공개함에 따라 양측이 버스노선 조정을 싸고 정면충돌할 조짐이다.
서울시는 도심교통개선과 적자보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진입제한과 함께 일부 노선을 폐지 또는 단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기도는 서울시가 교통적자를 떠넘기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가 경기도에 보낸 두 차례의 공문에서는 경기버스의 서울도심진입을 제한하려는 서울시의 의지를 명확히 읽을 수 있다.
먼저 지난 해 4월21일자 공문은 "귀 시ㆍ도에서 우리 시(서울시)에 요청하고 있는 버스노선의 신설, 연장, 증차 등은 도로용량 여건 하에서 수용하기 곤란한 부분이 많다"며 시도 경계지점까지만 승객을 수송할 것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3월15일자 공문(사진)에서는 타 시도간을 연결하는 버스체계를 시계연결구간까지만 운행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이런 입장은 2004년 7월 버스준공영제 도입이후 발생할 엄청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버스 적자액은 2004년(7∼12월) 1,160억원, 2005년 2,262억원 등 매달 190억원씩 쌓였다. 특히 광역버스는 대당 하루 14만원(2005년 10월 기준)의 적자가 발생, 전체 적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5년 공문발송 당시 적자가 3,500억원 정도 예상됐다"며 "적자폭을 줄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경기버스 진입제한이 떠올랐다"고 실토했다.
시는 또 "시는 중앙버스전용차로 등 막대한 비용을 들여 버스체계를 손질했다"며 "경기버스는 서울지역의 인프라를 무임승차하려고만 하지 말고 이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시가 최근 서울∼경기 운행 5개 노선을 폐지 또는 축소키로 한 것도 이 같은 방침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다. 시는 이 달 초 버스정책 시민위원회를 열어 서울~양평군을 운행하는 버스 노선을 단축키로 했으나 양평 부군수 등 8명이 거세게 항의하자 잠정 보류결정을 내렸다.
서울시는 또 버스 적자액이 쌓이자 적자의 주범인 광역버스회사를 경기도가 사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는 지난해 11월 경기도가 경남여객 증차를 요청한 데 대한 회신에서 '서울시 두 개 노선을 경기도에서 양수하고 증차를 요청하면 동의할 예정이니 우선 양도ㆍ양수를 협의하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또 지난 2년간 경기도가 증차에 대해 협의요청한 57건 중 단 2건만(4%) 동의해줘 경기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시가 경기도에 한 증차요청은 25건중 15건(60%)이 받아들여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버스가 늘면 정체가 악화한다며 증차요구를 거부해 놓고 적자 버스회사를 경기도가 사 가면 증차해 준다는 것은 경기도민을 적자해소의 도구로 보는 오만한 발상이며 자가당착식 논리"라고 비난했다.
경기버스 진입제한 입장을 밝힌 공문이 서울시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서울시의 해명에 대해서도 그는 "결제권자인 과장이 전결하고 시장의 직인이 찍힌 공문이 공식입장이 아니라면 경기도는 앞으로 누구에게 공식입장을 확인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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