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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압수수색/ 꼬리무는 김재록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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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압수수색/ 꼬리무는 김재록 의혹

입력
2006.03.2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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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록씨가 24일 구속된 이후 김씨를 둘러싼 의혹이 고구마 줄기 뽑히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금융계의 마당발’이라는 그의 별명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26일 새로 드러난 현대ㆍ기아차의 건축 인허가 로비 의혹은 금융계 뿐 아니라 재계 전반에 김씨의 촉수가 뻗쳐 있었음을 보여준다.

부실기업 인수 김씨의 구속 영장에는 김씨가 2002년 6월 신동아화재 매각에 개입한 것으로 나와 있다. S투자평가원 정모 원장으로부터 “신동아화재를 대한생명과 분리 인수하려고 하는데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 로비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실패한 로비로 귀결이 났지만 그 과정에서 김씨가 고위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정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흘러 나온다. 금융계에서는 김씨가 1월 대검 중수부에 한 차례 체포됐다가 풀려난 뒤 모 은행 관계자를 만나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며 돈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 관계자는 김씨의 요구 금액이 너무 커 거절했다고 한다. 검찰이 김씨를 다시 체포한 시점이 공교롭게 대검 중수부가 “론스타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힌 직후라는 점도 이 같은 의혹을 더욱 짙게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으로 등장한 이래 김씨는 ‘기업 인수합병(M&A)의 귀재’로 통했다. 현대ㆍ기아차와도 기아차가 부도 위기에 놓였을 때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또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 매각을 독점하다시피 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 나올 정도였다.

재계 전반으로 불똥 조짐 김씨는 금융기관에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마치 먹이사슬을 보는 듯하다. 김씨가 영장실질심사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금융당국 고위 인사에게 은행장을 추천한 적까지 있다”고 말한 것은 이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경제부처 고위 인사들과의 친분이 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빙산의 일각임이 분명할 터이지만 금융기관에 대출을 알선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벌써 2개나 포착됐다.

두 사건에서 김씨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알선한 금액이 825억원에 이른다. 불똥이 전ㆍ현직 경제부처 및 금융기관 고위 인사들에게 튈 조짐이 다분하다.

현대ㆍ기아차로부터 건축 인ㆍ허가와 관련해 로비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이번 사건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부실기업 인수나 금융기관 대출 알선으로만 국한되지 않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씨의 혐의가 아직 많아 남아 있다”는 부연 설명을 빼놓지 않았다. 금융계를 넘어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김씨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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